책수다 하나, 2018년 1월 1일 저녁, 거실.
<언어의 온도> _이기주 _말글터
수닷거리 준비: 안
2018년 1월, 첫 책수다는 그 무렵 한창 베스트셀러였던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말글터) 1장이었다. 첫 수닷거리(발제)는 아이가 준비했는데 그날의 수다를 정리해보았다. (편의를 위해 표기를 이렇게 표기합니다. 남편:훈, 아내:화, 아이:안)
1) '좌우봉원'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좌우봉원: 좌우, 그러니까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사물과 현상을 잘 헤아리면 근원과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일상의 모든 것이 공부의 원천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_<언어의 온도> p.23)
훈: 단어 자체는 아주 좋은데, 본문 상에서는 조금 생뚱맞은 듯했다. 주변의 사물을 대할 때 그것을 이루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볼 수 있겠더라.
안: 세상의 모든 것이 공부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마인 크래프트(마크)도 잘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마크를 통해서 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비현실적인 게임이지만 한정된 재료들 뿐인 서바이블 모드에서는 좀 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할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화: 늘 이런 단어를 대할 때면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이고 싶다.
2) 책 내용 중 후지와라 신야라는 일본 작가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훌쩍 길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p.77)라는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훈: 편견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한다.
안: 이 작가가 책에 말한 갠지스 강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가면, 오히려 더 충격적일 것 같다. 인도 사람들은 그 강을 신성시 여겨서 그렇게 사용하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을 모르고 간다면...
화: 작가의 말이 이해는 된다.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갠지스 강을 바라본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훈: 이 일본 작가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것 같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공부를 하고 여행 가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우리는 오랜 시간 여행지에 머무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화: 유홍준 교수가 말하듯이 모르고 지나가면 중요한 옛터가 그저 공터로만 보일 수도.
안: 후지와라 작가의 말에 반반이다. 그 지역에 많이 와 본 사람은 괜찮겠지만... ‘나는 그런 여행이 좋다’라는 그저 그 작가의 말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계획을 몇 가지 가지고 가는 여행을 좋아하듯이 개인의 취향인 것 같다.
3) '벚꽃동산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호화로운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p.92-93)
훈: 그 벚꽃동산은 그녀에게 ‘고향’이었기 때문에 지키고 보존하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안: 벚꽃동산을 유지하면서 테마파크로 바꾸어서 그 땅의 가치를 높였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을 것 같다.
화: 책 속 짧은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삶을 보면,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것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 같다. 본인도 답답했을 것이다.
안: 탕자와 주인공의 차이는 탕자는 가진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주인공은 그래도 남은 게 있었다는 것.
훈: 그렇게 몰락하고 돌아와서도 왜 철이 들지 못했을까?
“첫 책수다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이의 쑥스러운 멘트로 시작된 책수다 첫 시간. 처음엔 살짝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편안하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아이는 이맘때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재미를 들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이어진 수닷거리들도 있었다. 저녁식사 후 편안한 시간, 이렇게 한 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이 날 첫 책수다를 하고 남편과 나는 아이가 수닷거리를 준비해오면 수정을 하지 말자고, 그리고 가능하면 아이 먼저 답변을 하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땐 그저 아이가 열심히 준비한 시간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결정한 것이었지만, 그 이후로 어설퍼보이던 수닷거리가 오히려 더 풍성한 수다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되면서 그 결정들이 잘 지켜져 오게 된 것 같다.
이 날의 책수다를 시작으로 우리는 현재(2021년 11월) 30번째까지 왔다.
책을 도구로 떠드는 이 시간은, 홈스쿨을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 가족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의 수다가 평소에도 이어지는 짧은 순간들이 쌓이고, 그 덕분인지 아이의 사춘기도 어렵지 않게 대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브런치북 <열네 살 아이와 시작한 홈스쿨 1>의 네 번째 이야기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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