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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Mar 24. 2022

꿈틀리 인생학교 이야기, 3

입학 전 엄마의 걱정

아이의 꿈틀리 입학 전 두 가지 걱정이 있었다.    

 

하나는, 행동이 빠릿빠릿하지 못해서.

특히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거의 매번 준비를 마친 엄마 아빠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공동체 생활에 괜찮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간 해왔던 학습이 아까워서.

2년 간 홈스쿨을 하면서 중등과정 수학, 영어를 공부해두었던 것이 1년 간 하얗게 지워져 버리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내년에 고등학교 입학과 검정고시 중 무엇을 선택하든 공부한 내용을 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엄마의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나의 뇌 속에 이 걱정과장 없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결론이 아닌가 싶지만 솔직한 마음이다.)



꿈틀리에 입학하기 전 아이는 엄마가 외출하든, 본인이 외출하든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입학하면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연락을 주면 좋겠 싶었는데 웬걸 입학 후부터 오늘까지도 쭉 삼시세끼 끼니때마다 안부를 전해준다. 이 연락이 내일 당장 줄어든다 해도 서운하지 않도록 충분히 즐기며 받고 있다.     


며칠 전, 꿈틀리 오전 일정은 마니산 등산이었다. 그 전날 저녁 그 일정을 알려주는 아이는 즐거움이 아닌 긴장되는 마음을 전했다. 평소에 장거리 걷기도 많이 해왔고, 등산도 종종 해왔던 터라 그 긴장은 의외였다.

“어떤 부분이 긴장하게 만드는 걸까?” 물었다.

“엄빠는 (엄마 아빠는) 기다려주는데, 여기는 공동체니까...” 이렇게 답이 왔다.      

엄마 아빠랑 갈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특활 부서가 건몸만(건강한 몸 만들기)인데, 그 부서 멤버들이 선두에 서서 올라가게 되었다고 했다.

선두에서 친구들과 속도를 잘 맞춰서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말이 처음에는 의외로 들렸지만, 옆을 보는 법을 이렇게 배워가는구나 싶어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등산 당일 아침, 우리랑 같이 등산을 가거나 장거리 걷기를 할 때 신던 양말을 꺼내 신은 사진 하나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이미 준비 완료하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아, 역시 엄마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상황에 따라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줄도 아는 아이라는 것을 엄마가 믿어주지 못하고 있었구나.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걱정을 만들어서 하는 걱정쟁이 엄마였다. 

준비 완료 사진과 하산 후 친구들을 기다리는 서진



그리고, 두 번째 걱정을 씻어낸 계기는 2주를 지내고 첫 2박 3일간의 의무 외박 때였다.     

2주 만에 만난 아이는 한 시간 반 걸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엄마에게 해 줄 말이 많았고,  덕분에 장거리 운전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점이었다. 개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보기 위해.


꿈틀리는 상반기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반기에는 단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개인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각자 자유롭게 정하는데, 하나를 할 수도, 여러 개를 할 수도 있다. 주제도 무엇이든 도전해도 된다. 그리고 학기 마무리 즈음에 발표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안이는 좀 다른 케이스지만, 그간 중학교 3년을 다니다 입학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에 집중해 볼 시간이 한참 모자랐을 것이다. 그랬던 아이들에게 이런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자체로 얼마나 좋은 경험이 될까. 그 좋음을  아이들이 당장은 모르더라도 나중에라도 꼭 알게 되겠지.     


안이는 작곡을 해보는 것을 프로젝트 주제로 정했다가, 막상 작곡을 해보려니 음악에 대한 공부가 먼저 되어야 할 것 같 경로를 살짝 변경했다. 서점에 들어서면서 어떤 책을 먼저 봐야 할지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서점에는 안이가 원하는 책이 없었고, 다음 날 도서관에 가서야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냈다. 이틀을 들여 '딱 한 권'을 손에 든 다음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더니, 심심할 때 읽을 책들로 바로 방향을 틀었다. (웃음)   


 과정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수정하고,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는 이 과정. 그리고 긴 시간에 걸쳐 집중해서 낳은 결과물을 그 모양이 어떠하든 친구들 앞에서 드러내 보이는 것. 이런 시간을 보낼 1년을 생각하니, 잊힐 영어 수학이 아깝지가 않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어찌나 빠릿빠릿한지... 2박 3일이 지나가 버리고 강화도로 다시 복귀하는 날이 되었다.

"다시 들어가는 기분 어때?"

"뭐 특별한 기분 없는데?"

"또 다른 집에 가는 그런 기분이야?"

"응! 그거야."


아이는 학교를 또 하나의 집으로 느낄 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


안아, 힘든 날도 올 거야. 어디든 좋을 수만은 없지.

하지만 엄마처럼 미리 앞당겨 걱정하진 말자.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더라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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