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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여름
by
조민성
Jul 13. 2020
그 사람이 쓰는 물건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이전 주인은 살짝 무책임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몇 군데에 억지로 비틀어 열어보려다 실패한 흔적과 빼먹고 결합시키지 않은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뜯어나갔다.
나는 필름 카메라 렌즈로 찍은 사진을 좋아한다.
필름 카메라에나 적합할, 조금 진하고 촌스러운 색상이나 세련되지 못한 빛처리가 좋다.
30년도 더 된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가끔 지루한 일상을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다준다.
문제는 30년이 지났다는 건데.
오래돼서 고장 나고 못쓰는 렌즈들을 종종 받게 되어 쌓아 두고만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하나씩 고쳐 쓰기 시작했다.
카메라 렌즈가 오래되면 내부에 곰팡이가 핀다.
첫 번째 렌즈를 고치는 데는 거의 6시간이 꼬박 들어갔었다.
조금 다른 구조였던 두 번째 렌즈 역시 6시간 정도가 들어갔었던 것 같다.
세 번째 렌즈부터는 고치는데 1시간 정도 걸렸었는데 시간이 남아 그대로 네 번째 렌즈를 고치기 시작했더니 30분 만에 수리가 끝났다.
새로운 재능을 찾은 건 기쁜 일이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생겼다.
수리가 끝나면 부속품이 꼭 몇 개씩 남는다.
오늘도 개운하지 않은 나사가 몇 개 남았다.
그리고 되살아난 골동품의 결과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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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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