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컸네.

여름

by 조민성

개들이랑 오래 지내다 보면 개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내가 신경 쓸 때만.

표현하는 방식이 그리 복잡하진 않지만 폭이 좁아 자칫 쉬이 넘어가기 쉽다.

요즘 웰시코기가 사춘기 비슷한 시기다.

얼핏 그냥 움직이는 소시지처럼 생겼지만 올해로 태어난 지 4년째 되는 성견이다.

언니 둘을 보낸 후 왕언니 자리를 꿰차더니 요즘은 슬슬 이상한 곤조를 부린다.

얼마 전 일정이 밀려 해가 진 후 숲으로 들어가게 됐었는데 코기가 곁에 없다는 걸 알아챈 건 이미 숲 속으로 깊이 들어온 후였다.

보기보단 겁이 많은 녀석이라 어두운 숲 속보다는 언젠가 내가 돌아올 차 밑에 숨는 걸 택했겠지.

완전히 어둠이 깔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쯤 산에서 내려왔다.

코기는 분명히 먼발치에서 날 봤을테지만 모르는 체 땅을 파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부르자 그때까지도 몰랐다는 듯 놀라는 발연기가 잔망스럽다.

이윽고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도 그냥 보고 있었다.

왜 같이 안 따라왔었냐고 혼날까 봐 딴청 부리는 행동이니까.

한참 파 뒤집다 풀뿌리가 나오자 세상 진지하게 뿌리를 뜯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해놓고 혼나기는 무서우니 참 별짓 다한다

내가 계속 지켜보자 뭔가 싶어 다른 개들도 따라 하려는 찰나에 집에 가자는 신호를 줬다.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차에 타는 코기를 보며 쓴웃음이 나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 못 하지만 사실 나도 얼마 전에 비슷한 꼼수를 썼었다.

내가 아직 인간이 덜 된 건지, 코기가 사람 다 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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