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둥지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어제는 공구박스들을 놔둘 곳이 없어 얘가 가끔 똬리를 트는 곳에 쌓아놨더니 그리 서럽게 울더라.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경우는 있어도 마주 보고 있는 일은 없다.
개들의 세계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는 건 싸움을 걸 때에나 하는 행동이라나.
그렇게 치대다가도 막상 관심을 주면 다른 곳만 쳐다보기 바쁘다.
도시의 스트리트 포토나 캔디드 포토처럼 내 일상 스냅을 찍으면 이런 사진만 남는다.
도시에서 단렌즈 하나만 끼우고 발줌으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건 낭만이지만 여기서 그렇게 하면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
알면서도 개들은 단렌즈로 찍고 꽃들은 줌렌즈로 찍게 된다.
개들은 후각으로 지나간 시간을 읽는다고 한다.
농장을 비웠던 이 몇 주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서독에서 생산했던 렌즈를 우연찮게 구해서 몇 장 찍어봤다.
유리알 몇 장으로 시간과 공간이 바뀌는 걸 보면 독일은 정말 외계인이라도 납치했던 걸까.
금불상을 찾은 거라고 오늘도 빌고 빌었다.
그냥 밑으로 지나가도 될 것 같은데 짧은 다리로 굳이 뛰어넘는다.
손에 닿지는 않지만 너무 멀지 않은, 부르면 바로 올 수 있는 그 어딘가에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