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층간소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좋은 이웃도 답이 없을 때가 있다

by 최우주

[육아 에세이] 층간소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2023.08.08.)

-좋은 이웃도 답이 없을 때가 있다



<1> 장모님 동네


첫아이를 출산하면서 장모님 동네로 왔다.


아이가 생겼을 때 장모님을 예비역으로 삼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왔다. 다양한 문제가 있음을 인터넷을 통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총각은 이제 애 아빠가 되어 “오신다고요? 세상에, 너무 감사합니다.”를 달고 사는 사위가 됐다. 우방이 든든한 나라가 평화를 지킵니다요.



<2> 이웃과의 안녕


장모님 동네는 구도심지였고, 그러다 보니 건축물의 연식이 지긋했다. 우리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의 출생일로부터 멀지 않은 시기에 지은 구축이었다. 그래서 이사를 오면서 우리가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될 것을 우려했다. 갓난아기와 함께 왔고, 갓난아기는 우는 게 자신의 일이다. 살기 위해 우는 애에게 밤낮은 없다. 이사를 온 날, 떡을 돌리며 양해를 구했고, 이웃들은 오랜만에 본 아기를 귀여워했다.


문제는 이웃이 바뀐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이가 울 때마다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지고 손목을 갈았다. 그런 사정을 아는 이웃의 관용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우리가 피해자가 된다. 혼자 살던 청년이 나가고 초등학교 남학생과 중학교 여학생을 자녀로 둔 집이 위로 이사를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옆으로는 초등학교 여학생 둘이 들어왔으며, 대각선 층에도 비슷한 또래의 남학생이 왔다. 뛰어야 하는 강박 속에 살아야 하는 시절의 아이들이 대거 우리의 이웃이 된 것이다.


윗집의 경우는 이사 첫날부터 심상치가 않아서 슬리퍼 선물을 가지고 아기가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올라갔다. 다행히 이해해 주셨고 서로 좋은 이웃이 되자며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렵채집인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덕에 힘겹게 겨우 재운 아기가 층간 소음에 깨기 일쑤였고, 그런 날에는 새벽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 낮잠 시간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올라가 보면 자신의 집이 아니라 옆집이나 대각선 혹은 그 위의 집이 범인이라고 하셨다. 거짓말일 때도 있었고 사실일 때도 있었으리라. 내가 자란 만큼 아파트는 낡았고, 아이가 어린만큼 우리는 예민해졌다.



<3> 이사할 결심


아내는 장모님께 고통을 호소했고, 아이를 봐주러 오셨을 때도, “이게 무슨 소리야?!” 하셨다. 층간소음은 공동주거 공간의 생활소음이기에 적응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텨왔는데, 아이는 자꾸만 깨서는 “아빠, 이게 최선이야?”라며 울어댔다. 울어대면 이제는 우리가 가해자가 된다.


다른 애들은 시끄러워도 잘만 잔다는데 ‘우리 아이만 예민 보스인가’ 싶다가도 그런 게 다 내 유전자 탓, 내가 만든 환경 탓이니, 우짜겠노.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주인집과의 계약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그런 시절에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주인 형님은 이해한다고 하셨다. 김해가 고향인 주인 형님은 부산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했고, 아이가 생겨 장모님이 계신 부산에 간 분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나는 김해 여자와 결혼하여 김해로 왔다. 이렇게 도시 간 이동은 사랑을 타고 이루어진다.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주변에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었다. 무엇보다 걸어서 병원을 갈 수 있었고, 어린 아기는 거길 자주 가야 했다. 이제는 신생아 시절을 졸업하고 제법 걷는 시기가 됐다. 태어날 때 문제(사경)가 있어서 받게 된 재활 치료도 일단은 마무리가 됐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층간소음이 덜 하고 중심지에 있는 곳으로 가면 좋지만, 그런 곳에 붙은 가격표는 좋지 아니하다. 아이는 실망하겠지만, “얘야, 보통의 삶도 보통이 아니란다.”


우리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주머니 사정안에서, 그래도 너무 멀어지지 않는 선으로 신축 아파트를 찾았다. 찾다보니 인근에 뭐가 없는 아파트지만 지은 지 6년 밖에 안 되었고 무엇보다 층간소음 문제가 없다는 물건을 만났다. 전세 가격도 비슷한 컨디션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싼 편이었다. 왜인가 봤더니 인근에 축산 시설이 있단다. 그렇다는데, 뭐, 냄새야 괜찮겠지?



<4> 좋은 이웃도 답이 없을 때가 있다


주인이 집을 내놓고 얼마지않아서 다음 세입자를 구했다. 새 세입자는 바로 옆 아파트에 살았는데, 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놓아서 이곳으로 오기로 했단다. 집을 보러 와서는 우리에게 왜 나가냐고 물었고, 우리는 “예민한 아기가 있고, 층간 소음이 있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저희야, 나랑 다 큰 애 둘이 살 거라 별 상관없지만 갓난아기 키우기는 힘들 거예요. 여기 아파트가 층간소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해요.”라고 하셨다.


아, 그렇습니까?

아니,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요!


어제 이사를 마쳤다. 아이는 우리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고, 정말이지 예뻐 죽겠다. 이번 주말에는 다시 팥시루떡을 돌리며 새 이웃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좋은 이웃이 좋은 이웃일 수 있는 조건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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