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아이유의 느낌표

-우리 가족의 첫 여행을 책임지는 BGM

by 최우주

[육아 에세이] 아이유의 느낌표 (2023.08.08.)

-우리 가족의 첫 여행을 책임지는 BGM



<1> 첫 여행


아이가 태어난 지 15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떠나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첫 가족 여행을 준비했다. 근로자의 날이었고, 그다음 날은 강의가 없어서 떠나는 일정이었다. 아내의 픽은 거제도였고,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 남편의 미션은 여행의 BGM을 고르는 일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기에 이는 매우 중한 일이었다.


‘아기와 함께 가는 여행의 추천음악’을 검색해 보니 ‘모차르트’, ‘민요 모음’, ‘동요 모음’ 따위가 나왔다. 보자 하니 이 음악을 들으면 아이의 인지 능력이 좋아지고,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며, 잘 하면 천재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


나로서는 아이를 천재로 만들 생각이 없기에 이런 노래는 듣지 않기로 했다. 아들의 생각도 같았다. ‘안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해야 하는 일, 그러니까 모래사장에서의 모래 촉각 놀이, 몽돌해수욕장에서의 몽돌 촉각 놀이, 목재체험관에서의 목재 촉각 놀이, 아기 풀장에서의 수영 등 할 것도 많은데, 고막은 내버려 줘’라는 것이었다. 15개월의 아기는 물론 말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들었다. 에이멘.



<2> 취향의 교집합


아내와 나의 음악 취향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학창 시절 나는 서태지 팬이었고 아내는 신화 팬이었다. 아내에게 서태지 음악은 시끄럽고 한물 간 음악이었고, 나에게 신화는 ‘무슨 노래가 있었지?’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DMZ(비무장[평화]지대)를 찾아야 했다.


몇 번의 제안과 거절이 교환되었다.


나는 아내의 음악취향 비거리를 넓혀주고 싶었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랑의 적은 다른 이성이 아니라, 이기주의라고 했다.(『사랑예찬』) 그래서 나의 비거리 가장자리를 걸으며 아내의 취향을 더듬었다. 그렇게 찾았다. 아내와 나의 교집합. 국민 여동생인 그녀. 아니, 지금도 여동생인가?



<3> <CHAT-SHIRE>


오빠가 좋다는 말을 삼 단 고음에 실어 부르던 아이유는 국민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국가의 국민이 아니었다. 그러다 2015년 새 앨범 가 나왔다. 아이유가 전권을 잡고 프로듀싱한 첫 앨범이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는 아이유의 기존 커리어와는 이질적인 음악이었고, 논란도 상당했다. 로리타 콘셉트 논란, 소아 성애 묘사 논란, 음원 폐기 운동 등 찬반 여론도 뜨거웠다. 그 논란에 일부 공감했고, 또 일부에는 나 원 참했다. 무엇보다 나로서는 이 앨범을 통해 아이유가 예쁜 노래를 부르는 인형 같은 가수가 아니라 도발적인 아티스트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유는 국민 여동생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지은이라는 개인과 아이유라는 캐릭터 혹은 팀 사이에는 무지개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는 아티스트는 스물셋의 나이에 아주 발칙한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누군가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신경질이 났고, 또 누군가는 ‘이게 누구야!’했다. 나는 느낌표가 되어, 그 도발에 응해왔고, 그 답을 이번 여행에 내놓았다.


거제도로 향하는 스포티지의 무대에서 아이유는 불렀고, 아기는 춤췄으며, 아내는 “응, 노래 괜찮네”했다. 우리 가족의 첫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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