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ANDER WONDER

석양이 지는 부두 끝에서

감만부두시민공원

by citevoix




석양이 지는 바다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의심했다. 부산에 살며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을 한 걸까. 그나저나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감만시민부두공원. 그때는 정말 처음 듣는 곳이었다. 이름만 들었을 땐 부두 산책로를 따라 형성된 쉼터겠구나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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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서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졌다. 평소 자주 달리던 부산항대교 위가 아니라 다리 아래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다리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주변 풍경이 갑자기 달라졌다. 컨테이너 부두와 공장 지대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양옆으로는 대형 화물차들이 무겁게 달리고 경적 소리가 낮게 울렸다. 내 차를 스치듯 지나가는 그 압박감 속에서 한참을 달려 주변 소음은 사라지고 녹이 슨 펜스를 지나 나란히 서 있는 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도, 입구를 알리는 표식도 없다. 분명 시민공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숲과 정원의 꾸며진 쉼터는 보이지 않고 넓은 공터와 작은 편의점 그 옆으로 나란히 정박한 선박들이 전부였다. 주차를 하고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들, 바다낚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하나 둘 보이니 잘못 찾아온 것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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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만시민부두공원은 항해하던 배가 정착하는 곳이다. 부두 옆으로는 실시간으로 옮겨지는 철제 컨테이너의 모습과 기계음이 들리고 바닷바람과 냄새가 코끝에 가득 찬다. 선박과 트럭, 하역 노동자와 항만 설비가 하루의 풍경을 만들던 부두는 외부인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도시와 바다 사이의 경계였다. 그러나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부두의 기능이 줄어들면서 출입을 막던 펜스가 열리게 되고 시민부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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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낚시꾼들의 아지트처럼 여겨지던 장소였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차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렁크를 열고 바다를 마주한 채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쉼터가 됐다. 머리 위로는 부산항대교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눈앞에는 영도와 남포동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찾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조용히 이곳을 즐겨왔던 이들과 낚시꾼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변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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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의 끝 자락, 더 이상 도로가 이어지지 않는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멀리 서는 여전히 컨테이너와 크레인이 오가는 산업의 시간이 흐르고 다른 한쪽에는 석양을 즐기며 걷는 시민들의 시간이 흐른다. 두 시간이 맞닿는 곳에서 부두는 석양을 따라 붉게 물든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그때 꼭 다시 와야겠다. 해가 지는 부두, 도시의 가장자리에서 그리고 가장 바다랑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부산의 모습을.



글, 사진 | citevoix






- 운영시간

매일 09:00-21:00


- 공영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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