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 전공자가 추천하는 치유의 정원 산책
민간정원은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정원으로, 도시 내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정원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부산시는 2023년 12월 제1호 민간정원을 지정한 데 이어, 2024년 7월에는 제2호 및 제3호 민간정원을 공식 등록하였다. 도시는 지속적으로 압축되고 고속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의 속도를 완충하고 일상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에는 공원 등 전통적인 공공 공간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생활권에 근접한 소규모 정원이 도시 전역에 촘촘하게 분포되어야만 도시는 공간적·심리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부산시가 2024년부터 민간정원 등록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산업유산의 외부 공간, 오래된 골목의 마당, 브랜드 공간의 옥외 조경 등 이미 존재하는 장소들을 '정원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정책적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공간 관점에서 민간정원은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공공성의 확장이다. 개인이 소유한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됨으로써 도시의 공적 자원으로 기능하게 된다.
둘째, 기억과 생활의 매개이다. 산업시설, 근대 주거지, 상업공간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정원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생활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셋째, 일상 속 치유의 공간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심 한가운데에서 바람을 느끼고, 빛과 그림자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세 곳의 민간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각각 산업유산, 근대 주거지, 로컬 브랜드라는 상이한 배경을 기반으로 조성되었지만, 공통적으로 도심 속 정원을 통해 도시민에게 휴식과 영감을 제공한다. 따라서 본 큐레이션은 단순한 안내서가 아니라, 정원이 도시에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지를 조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도시를 거닐다 우연히 마주치는 짧은 정원의 순간들이 축적되면, 부산은 더 이상 소비의 도시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치유의 도시로 새롭게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F1963 야외정원- 부산 제1호 민간정원
F1963은 고려제강의 옛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산업유산 외부 공간을 체계적으로 정원화하여 2024년 부산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었다. 전체 면적은 약 4,878㎡이며, ‘소리길·달빛가든·단풍가든’의 세 구역으로 기능적 분할이 이루어져 있다. 산업 건축물의 구조와 식재를 결합한 설계는 재생 건축의 외부 공간 활용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달빛가든은 기존의 폐수처리장 부지를 생태정원으로 전환한 사례로, 환경 재생과 경관 계획이 결합된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정원은 단순한 미적 조경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의 체류 시간을 연장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공장 구조의 선형성과 조경의 유연성이 대비되는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오초량 정원 — 부산 제2호 민간정원
오초량 정원은 근대기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공간으로, 역사적 건축자산과 현대적 조경을 접합한 점이 특징이다. 부산시는 2025년 7월 이 정원을 제2호 민간정원으로 지정하였다. 목재와 벽돌 등 원재료를 보존하는 동시에 마당과 옹벽에 식재를 배치하여 중정형 정원을 구성하였으며, 이는 건축의 보존 가치와 조경의 활용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 사례이다. 또한 도시 골목과 연계된 개방형 동선은 정원을 도보 경험의 리듬 공간으로 기능하게 하고, 주변의 이바구길과 원도심 경관과 함께 역사적 맥락을 이어준다. 오초량 정원은 도시재생형 민간정원 모델로서, 소규모 골목 기반 정원도 충분히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모스커피 본점 모두의 정원 — 부산 제3호 민간정원
모모스커피 본점 옥외정원은 브랜드 공간에 정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사례로, 2025년 부산 제3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었다. 기존의 ‘상업시설 + 부속 조경’ 방식과 달리, 이 정원은 공간 기획의 중심 축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옥외 공간에는 ‘대나무 정원’과 ‘모두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는 커피 생산·서비스·교육 기능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브랜드 경험의 공간화라는 측면에서 정원이 상업적 장소의 품질을 확장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시민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정원 이용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정원은 상업공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는 민간정원이 향후 상업시설 및 브랜드 공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 사진 | citev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