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뚜벅뚜벅건축투어 | 센텀시티투어
센텀시티는 부산에서 가장 인공적인 도시다. 과거 비행장이었던 평평한 대지 위에 미술관, 백화점, 공연장이 순서대로 들어섰고, 기능적으로 계획된 대규모 시설들이 정확한 구획에 맞춰 배치됐다. 도시가 철저히 기획될 때 어떤 풍경이 만들어지는지, 센텀은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투어는 완성된 도시를 다시 읽는 시선으로 시작된다. 거대한 구조물과 반듯한 도로, 반복되는 재료와 용도 사이에서, 묘하게 다른 감각의 결들이 있다. 기능을 위한 건축 같지만, 어떤 곳은 너무 조용하고, 어떤 곳은 흐르듯 유연하며, 어떤 곳은 내부로 빛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이 투어는 바로 그 ‘결’을 따라 걷는 여정이다.
출발점은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된다. 한때 공중화장실이 있던 자리, 낮고 조용한 규모의 미술관. 그 뒤로 곡선과 유리가 감싸는 공연장이 있고, 이어지는 백화점은 태양빛을 반사하는 곡면 입면으로 시선을 끈다. 마지막 지점에서는 건축의 조형이 도시의 리듬을 압도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하나하나의 건물은 모두 다른 언어를 쓰고 있지만 공통된 단어가 있다면 ‘멈춤’이다. 센텀시티는 빠르게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는 예상치 못한 정지의 순간들이 있다. 이 투어는 지도로 표시된 최적의 동선을 따르기보다 도시에 얹힌 건축적 감각을 따라 걸어보는 제안이다.
이우환공간
이우환 공간이 놓인 자리는 도시적으로 이질적인 곳이다. 뒤로는 광안대교를 잇는 고가도로가 지나고 앞에는 벡스코와 고층 오피스 건물, 시민공원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미술관을 짓기엔 어딘가 산만한 자리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이 공간은 도시와 예술 사이에서 관계 맺는 방식의 가능성을 품는다. 작가가 오랫동안 사유해 온 ‘관계항’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겹치는 경계에서 발현된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여백,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간극을. 지리학자 황진태는 이 공간을 도시적 관계항이라 부르며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이 건축이 의도적으로 자리했다고 본다.
벡스코 오디토리움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센텀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다목적 공연장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단지 공연 기능을 위한 시설을 넘어, 형태 자체로 도시의 움직임과 시선을 조율하는 조형적 건축이다. 바다를 가르는 크루즈선을 연상시키는 유선형 외관과 금속 패널로 마감된 곡면 입면은 도시 속 흐름과 긴장을 동시에 형성한다. 외피는 단단하고 묵직하지만, 전면에 설치된 유리 커튼월은 빛과 풍경을 내부로 유입시키며 투명한 개방감을 더한다. 약 4,000석 규모의 내부 공연장은 다양한 국제행사와 예술 공연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내부의 흐름은 오히려 선박의 내부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산업성과 상징성, 기능과 조형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건축은 영화의 전당, 신세계 센텀시티와 함께 센텀시티의 도시적 축을 구성한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도시 안에 정박한 하나의 건축적 운송체처럼 보인다.
신세계 센텀시티
2009년 개관과 동시에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공식 인증된 신세계 센텀시티는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도시적 입면의 확장을 실현한 건축이다. 외관은 해양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를 형상화한 곡선형으로 설계됐으며, 고급 석재 오로데조토와 ‘물갈기(Polished)’ 마감 처리를 통해 자연광에 따라 다층적인 볼륨감을 구현한다. 외피는 빛에 반응하고, 내부는 빛을 끌어들인다. 1층부터 9층까지 수직으로 뚫린 보이드 공간은 건물 내부에서의 일광 체류감을 제공하며, 쇼핑과 소비라는 일상의 흐름에 의외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수영강변과 APEC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는 도심 한가운데서의 수변 조망을 실현하며, 외부 풍경을 내부 공간으로 통합한다. 기능성과 감각, 소비성과 조망성이 공존하는 이 건축은 센텀시티에서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가장 도시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영화의전당
지역이 가진 지리적 특성과 향토적 문화, 무엇보다 바다를 낀 항만도시 부산이 그리는 독특한 풍경은 영화인들이 부산에서 영화를 찍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일찍이 영화인들에게 주목받은 도시 부산은 자연스럽게 영화 및 예술 분야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지역민들 역시 극장가에 몰리며 영화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부산과 영화는 더 가까워졌다. 더 나아가 부산이 영화 도시로 부상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996년 제1회를 시작으로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다. 장르 불분 다양하게 선정되는 초청영화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성이었고, 현재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권위 있는 영화제의 주요 무대가 펼쳐지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은 도시를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글, 사진 | citev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