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오디토리움
해운대 수영강변을 따라 펼쳐진 선형적 도시 흐름 속에서 마치 바다의 곡선을 닮은 이 건물은 도시의 리듬을 뒤흔든다. 바로 벡스코 오디토리움이다. 회색빛 도시 풍경 속, 오디토리움의 은색 곡면은 하늘을 빛을 받아 은근한 광택을 내며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른 고래의 등처럼 느껴진다. 건물은 구불구불한 곡선의 지붕과 유려한 파사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선과 모서리가 지배하는 센텀의 풍경에서 이 건축은 유일하게 흐름을 품고 있는 구조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기존 벡스코 컨벤션센터의 확장 동이자, 대규모 콘서트와 국제행사를 위한 복합문화시설로 2012년에 완공되었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보조시설이 아닌 오히려 스스로 하나의 독립된 건축적 주장을 한다. 설계는 현대건축의 흐름을 타면서도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형과 정체성을 건축적 언어로 옮겨놓으려 한 흔적이 읽힌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곡선 지붕은 해운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부산의 이미지와 겹친다. 지붕의 형태는 크루즈선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바다의 풍경을 건물 안으로 들여온 듯한 착각을 준다. 이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서 공간을 통해 도시와 장소성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건축은 도시와 사용자 사이에 놓인 매개체가 된다.
외장은 주로 금속 패널과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재질들은 날씨와 시간,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과 분위기를 달리하며 도시 풍경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여기에 곡선의 강약과 재질의 변화가 결합되어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늘 움직이는 것 같은 생동감을 갖는다. 마치 멈춰있는 건축이 아니라 흘러가는 도시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공간의 흐름은 더욱 또렷해진다. 객석으로 향하는 복도는 동선 자체가 유려한 곡선으로 계획되어 있어 이동 자체가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외부의 유리는 내부로 자연광을 끌어들이며 시간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계단과 천장은 과감하게 비워두어 빛과 공기, 음향이 맺히는 자리를 확보했고 이는 공연장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한다. 무대와 객석은 전통적인 구획을 따르되, 무대 전면의 커튼월 유리를 통해 도심 풍경이 배경처럼 겹쳐진다. 이 장치는 극장이 도시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장면과 일상 위에 덧입혀진 장소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이곳은 활짝 열려 있다. 때로는 지역 커뮤니티의 모임 공간으로, 때로는 예술가들의 리허설 무대로 사용되며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도심 속 유연한 여백이 된다.
건축은 도시의 표정을 바꾼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센텀시티라는 거대한 계획도시 안에서 반듯한 선을 부드럽게 휘게 만드는 건축이다. 완결된 듯한 도시 안에서 틈을 만들고, 그 틈에서 사람들은 모이고, 머물고, 흐른다. 그리하여 이 건축은 단지 ‘기능’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 사이를 유영하는 또 하나의 감각이 된다.
글, 사진 | citev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