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 떠나는 법

아만 도쿄

by citevoix



숙소를 알아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호텔과 리조트는 무엇이 다를까.

호텔이 도심 근처에서 숙박과 비즈니스 중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리조트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곳에서 휴양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이토록 리조트를 찾는 데에는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 정돈된 방의 고요함 등 여러 장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리조트에서 기대하는 건 물리적인 공간보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곳,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 그리고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까지. 그래서 리조트는 '떠남'을 전제로 한다.




리조트의 재정의


리조트(resort)는 '다시 향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다. 반복해 찾는 피난처라는 의미도 여전히 유효하다. 리조트의 본질은 입지가 아니라 단절이다. 일상에서 충분히 멀어졌다는 감각. 그 거리감이 리조트를 완성한다.

아만(Aman)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도 그랬다. 발리의 열대우림, 부탄의 산악지형, 라자스탄의 사막 등 아만의 고요함은 언제나 저 멀리에서 왔다. 그런데 아만 도쿄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도쿄 한복판, 그것도 일본 최대의 중앙업무지구(CBD)인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OMY) 지구 한가운데 자리한다. 도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의 밀도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멀리 가야만 일상을 잊을 수 있다고 믿었던 우리에게, 아만 도쿄는 말한다. 거리가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의 문제라고.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경험이 결정된다. 아만 도쿄는 물리적 이탈 대신 심리적 분리를, 자연경관 대신 도시 스카이라인을, 수평적 이동 대신 수직적 상승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전환이 고밀도 도심 한가운데서 리조트를 성립시킨다.



수직으로 쌓인 경험


아만 도쿄가 들어선 오테마치 타워(Otemachi Tower)는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 아니다. 기단부에는 약 3,600㎡의 도심 숲 오테마치 포레스트가, 중층부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업무 공간이, 그리고 33~38층 최상부에 아만 도쿄가 자리한다. 생산(오피스) - 환경(포레스트) - 경험(호텔)이 하나의 건물 안에 수직으로 쌓인 구조다.


단순한 기능의 병치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에서 33층으로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서사로 읽힌다. 도시의 소음을 아래에 두고 로비에 도착하면 9미터 높이의 천장과 360도 파노라마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진 로비에 한 걸음 다가서면 더 이상 도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선다.



같은 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공간 전체가 현무암으로 마감이 되어 있다. 빛의 각도에 따라 회색과 청색 사이를 오가는 현무암의 색감은 공간의 분위기를 시간마다 공간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바꾼다. 공간은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빛과 재료가 함께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로비를 지나 한 층씩 올라갈수록 밀도는 깊어진다. 34층의 스파는 아만 도쿄의 철학이 가장 집약된 공간이다. 30m 실내 풀은 도시 스카이라인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고, 일본식 온탕이 갖춰져 물속에 몸을 담근 채 도쿄의 빌딩 숲을 바라보게 한다. '미소기(禊)' 여정을 앞두고 행하는 물을 통한 정화 의식에서 출발한 스파 철학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허브와 오일 제품을 통해 자연을 풍경이 아닌 감각과 재료로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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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은 감각은 객실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창밖으로는 도쿄 스카이라인이, 안으로는 히노키와 와시의 질감이 공존한다. 내‧외부가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감각으로 공간 안에 녹아든다.




의도된 경험과 설계된 장소성으로


업무지구의 오피스 빌딩 건축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를 띤다. 유리 커튼월, 대형 오피스 플로어, 글로벌 기업의 인테리어 등 도시 간 차이는 줄어들고 공간은 효율적이지만 특별함을 찾기 어렵다. 아만 도쿄는 이 흐름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장소성을 새롭게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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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문, 히노키 목재, 엔가와(縁側) 플랫폼, 이케바나(生け花) 같은 일본 전통 건축의 요소들을 빛·질감·재료 같은 현대 건축의 언어로 재해석해 도쿄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아만 도쿄 공간에 압축해 담아낸다. 글로벌 럭셔리와 로컬 미학이 충돌하지 않는 그 지점에서, 장소성이란 지리적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의도된 설계 아래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만 도쿄는 증명한다.


글 | citevoix

사진 | Aman Tokyo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