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에서 일주일 (2)
우리나라는 석회암(limestone)이 풍부하다. 그 중에서도 단양 인근은 대표적으로 석회암이 많은 지역이다. 석회암이 많은 지역은 카르스트(karst) 지형이발달한다. 석회암은 탄산칼슘(CaCO3)으로 구성되어 있는 방해석(calcite)이 주된 광물이다보니 물과 접촉하면 CaCO3 + H2O + CO2 = Ca(HCO3)2와 같은 반응을 통해 쉽게 녹는다. 조금 더 설명하면 왼쪽에 있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인해 물에 녹는 성분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 지대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석회동굴, 돌리네 (doline, 지형이 무너져내린 일종의 싱크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가 만나는 크라스(kras) 지역이 유럽의 대표적인 석회암 지역이며 이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가 이뤄지면서 크라스 지역에서 잘 나타난 석회암 지형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수동굴과 온달동굴
고수동굴은 단양군 단양읍 고수리에 있다. 단양읍의 터미널 앞에 있는 고수대교를 따라 남한강을 건너서 약 5-10분 정도 걸어가면 고수동굴이 나타난다. 고수동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천연동굴로 1976년 천연기념물 제256호에 지정되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고수동굴은 고생대 초기의 석회암층에서 형성되어 약 4억 5천만년에 걸쳐서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고 한다.
온달동굴은
고수동굴을 나오면 박창원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해당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유집 박창원 선생은 학원복음화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인재육성이라는 커다란 뜻을 품고 학교법인 유신학원을 설립하셨다. 이어 1976년 자연학습장으로서 고수동굴을 개발하여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1980년 주식회사 유신을 설립하셨으며, 주식회사 유신은 현재 학교법인 유신학원의 재정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의 기독교정신을 근본이념으로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봉사하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설립자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 이곳에 기념비를 세운다.
그 옆에는 다소 생뚱맞은 탑이 있다. 진품도 아니고 구례 화엄사에 있는 탑을 모사하면서 신라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같지만 고구려의 장수인 온달장군의 최후전방(最後前方) --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을 기념하려고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탑이 있다. 이것도 역시 박창원에 대한 얘기다.
여튼, 내용을 다시 찬찬히 곱씹어 보면, 고수동굴은 천연기념물이지만 박창원이 개발했고 현재 수원에 있는 유신고등학교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주)유신이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간기업이 소유한 또는 관람료를 받는 시설인 셈이다. 한편 주차장은 공영주차장으로 되어 있고 앞에는 식당 등 상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소유관계가 궁금하다.
온달동굴은 구인사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광진구의 아차산을 온달의 유적지로 알고 있던 (구) 광진구 주민으로서는 온달에 대한 얘기가 단양에서 나온다는 게 생경했다. 단양의 주장은 고구려의 온달이 최후에 아단성을 되찾아오겠다고 전투에 나갔다가 전사했는데, 문제의 아단성이 영춘면의 옛날 명칭인 을아단을 말하는 것이며 영춘면에 있는 산성이 고구려의 것이었다가 신라에 빼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고구려의 영토였다고 하기에는 온달이 사망한 6세기 후반은 이미 신라가 한강 이북에 진출했을 때라는 점과 현재의 온달산성이 신라의 축성술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있다.
그렇다고 광진구에 있는 아차산성이 온달의 최후전투가 있었던 곳이라고 하기에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고대사가 대체로 그렇듯 결정적인 문헌 증거나 고고학적인 증거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게 흥미로왔던 건 이런 상황에서 단양에서는 온달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적으로 지정된 온달산성을 활용해서 드라마촬영장을 건립하고 그 끝에 온달동굴을 배치해서 온달동굴에 대한 관람료 수입을 얻고 있다. 위치상 온달동굴만을 위해서 올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달동굴과 함께 관람료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한 단양권의 판단은 합리적이다. 다만, 온달장군이 최후에 사망한 지역이 학술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국가지질공원
단양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유산이 학술적, 환경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지정되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제주도가 유네스코의 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으며 2011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자연공원의 하나로 등재되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5개의 국가지질공원이 있고, 이 중 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은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했다.
단양 국가지질공원에는 12개소의 지질명소가 있다: 선암계곡, 삼태산 경관, 두산 활공장, 도담삼봉, 구담봉, 고수리 고수동굴, 온달동굴, 노동리 노동동굴, 다리안 연성전단대, 사인암, 만천하 경관, 여천리 돌리네군. 이런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단양에서 "절경"이라고 말하는 곳은 지질학적으로 보존과 연구의 가치가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암
단양읍내에서 공공시설이 모여있는 지역을 조금 더 지나서 도담삼봉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성신양회 사택이 나온다. 성신양회는 천마표시멘트를 제조하는 회사로 1967년에 설립된 상장기업이다. 2020년까지 대기업이었다가 2020년에는 중견기업으로 격하되었다. 약 10여년 동안 매출액이 7천억원 규모였으나 작년부터 매출액이 1조가 넘었다.
단양에 있는 공장은 성신양회에서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공장이다. 읍내에서 도담삼봉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앞에 매드맥스를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공장이 나타난다. 성신양회의 공장이다. 건물을 둘러싼 도로가 없어서 공장의 전체 규모를 일반인이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도를 통해서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곱 동이나 되는 성신양회 사택이 이해가 되고 단양에서 유독 자주 보이던 트럭들이 이해가 된다.
성신양회에서 조금 더 가면 이번에는 한일시멘트 공장이 나타난다. 성신양회가 단양읍을 근거로 했다면 한일시멘트는 매포읍을 만들었다. 매포읍에는 한일시멘트 사택과 기숙사가 있다. 서울에서 단양을 기차로 갈 때, 단양역 직전에 있는 도담역은 한일시멘트 바로 옆에 있다. 도담역은 여객을 수송하는 역이 아니라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공장의 시멘트를 수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담역에서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로 각각 지선이 있다. 수몰되기 이전에 있었던 도담역은 성신양회 내에 있었는데, 새로 만들어진 도담역이 한일시멘트 근처로 옮겨지는 일 때문에 여러 차례의 소송과 행정심판이 있었다고 한다. 가격 대비 무게가 무거운 시멘트는 이렇게 운송의 편의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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