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시한폭탄

끼어들기

by 시민

"형 괜찮아. 가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열려."

J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고속도로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하는데, 넋 놓고 가고 있다가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차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은 건 고작 300m 정도 초보 운전자인 나에게는 넉넉하지 않은 거리였다. 내가 손톱을 깨물고 있자, J가 말했다.

"괜찮다니까, 계속 옆에 봐바. 틈은 무조건 생겨."

난 맨 우측 차선 바로 옆 차선에 붙어 그 틈을 노렸다. 이제 거리는 173m. 차들의 간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이 초조한 감정. 그래. 그때와 비슷했다.

때는 4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그때다. 가서 영어도 배우고 유튜브로 성공하겠다는 멋진 꿈이 있었다. 그러나 부푼 꿈은 금방 터져 버리고 말았다. 영어, 유튜브에 앞서 생존 조차 하기 힘들었다. 특히 멜버른에서 직업을 구할 때 정말 고됐다. 이력서를 100장을 넘게 돌려도, 날 받아주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통장 잔고는 점점 가벼워졌고, 난 초조해졌다. 한국에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해 봤다. 놀이터에서 애꿎은 돌만 차다가, 하나 목표를 세웠다. '그래. 딱 1000장만 돌려보자.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 후회도 안 남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부터 다시 카페 문을 두들겼다. 그렇게 정말 기적처럼 1000장 정도 돌렸을 때, 한 문자가 왔다.

"내일 시간 돼? 면접 보고 싶은데."

상황은 그랬다. 급하게 카페 주방보조가 그만둬서 그 대신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마침 그 빈자리는 아시아인이었고, 내가 때마침 등장해서 이력서를 건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바리스타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카페 사장님과 협의해서, 주방 보조일을 하지만 커피를 배우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분명히 온다.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을 가슴으로, 몸으로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최근 내 생각을 더 굳건히 만들어준 문장을 발견했다. 부동산 책이었는데,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다.

"좋은 집을 얻는 건 연애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은 늘 애인이 있죠. 하지만 항상 있진 않아요. 몇 번 기회가 생겨요. 주인이 바뀔 때. 우린 그 찰나의 틈을 노려야 해요. 그러려면 항상 레이더를 켜놓고 있어야겠죠? 부동산도 똑같아요. 그래서 항상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 맞다. 좋은 사람은 늘 애인이 있다. (난 왜.) 그래서 우리는 아니 나는 항상 더듬이를 세워두고 있어야 한다. 소개팅을 하는 것도,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애인을 찾는다... 누군가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뭐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고 그러다 좋은 짝을 만난다. 일석이조 아닌가? 물론 오직 불순한 목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건...... 으엑. 그러면 될 것도 안 된다. 중요한 건 늘 그렇듯. 균형이다. 아차차. 얘기하다 보니 다른 차선으로 이야기가 새 버렸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 내가 우측 차선을 탔는지 궁금할 테니 말해주겠다. (궁금하지 않아도 말해줄 거다.)

86m 남았을 때, 바로 앞에서 흰색 엑센트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위해 양보해 준 건지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간격이 생겼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들어갔다. 엑센트에게 고맙다며 비상등으로 깜빡깜빡깜빡 눈인사를 했다. J가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기회는 반드시 온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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