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반말하는 강사
몆동으로가면되여.”
운전 연수 30분 전 운전 강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내가 거슬린 건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아니었다. 내가 기대했던 문자는 이런 것이었다.
“내일 9시에 뵙겠습니다. 사전에 준비하실 건 없고요. 푹 주무시고 몸만 편히 오시면 됩니다.”
사실 뭐 이렇게까지 친절하게는 아니어도 전날 스케줄 재확인 연락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운전 연수의 세계는 원래 이런 건가 싶어 넘겼다.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9시까지 나오세요.”
이모티콘이나 ‘ㅎ’ ‘웃음’ 하나 없는 문자에 벌써 난 그분에게 ‘불친절’이라는 형용사를 붙여 버렸다. 이 에는 이. 눈에는 눈. 나도 “네.” 로 응수했다.
9시 3분 전.
“어디 계세요?”
이에 오는 답장에 내 확신에 힘이 실렸다.
“지하1층.”
초면에 반말이라니. 내가 너무 민감하게 구는 건가 싶다가 문득 10년 전 운전 연수 강사에게 팔 싸대기를 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유 있는 민감함.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은 그때처럼 당하지 말아야지. 처음이라, 초보라 배우러 온 건데. 못 하는 게 당연하지! 라며 두 손을 꽉 쥐었다.
"지하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주차장으로 나가는 순간 문득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운전면허증!"
휴, 첫 만남부터 얕보일 뻔했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운전면허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챙겨 나왔다. 다시 지하 1층. 나는 마치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렸는데, 그때 한 남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긴 막대를 들고 있는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차가 어딨어?"
반말에는 반말로 응수하고 싶었으나, 내 안의 작은 아이는 그렇게 용감하지 못했다.
"저기.....
요."
나와 강사는 차에 탑승했다. 강사는 긴 막대를 브레이크에 결합(?)시키고는 조수석에 앉았다. 나도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침을 꼴깍 삼켰다.
"제가 운전면허를 10년 전에 따서요. 진짜 백지예요. 백지.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강사는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들리지 않는 한숨을 쉬고 설명을 시작했다.
"브레이크랑 액셀은 알 테고, 일단 사이드 미러랑 백미러부터 조정해 봐."
어제 동생과 운전연수의 사전연습을 했던 것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이드 미러와 백미러를 내 시야에 맞게 맞췄다. 사이드 미러는 뒷 차문이 1/3이 보이게. 백미러는 뒷 창문이 다 보이게.
"뭐 잘 아네. 그다음은...."
강사는 깜빡이, 와이퍼를 작동시키게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 우선 주차장 좀 돌아보자. 출발해 봐."
네? 벌써요? 하기엔 이제 이 차 안에서 강사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기에, 전원을 아니 시동을 켜고 서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하지만 차는 생각보다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슬쩍 곁눈질로 강사의 표정을 보니, 오늘은 답답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답답이가 아니라고! 라며 발을 떼었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차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구나.'
난 급하게 다시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급정거하며 덜컹거렸다. 아... 망했다. 하며 강사를 쳐다보자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잘하고 있으니까 좀만 부드럽게 떼봐."
'뭐야. 이 아저씨.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잖아?'
나의 삐죽 나온 입은 스무스하게 후진을 했다. 다시 난 브레이크에 발을 떼자, 차는 부드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10m쯤 갔나. 눈앞에 공간이 없자 난 다시 차를 멈춰 세웠다. 그러자 강사가 다시 말했다.
"뭐 해, 돌아 우측으로."
난 침을 꼴깍 삼키며, 핸들을 돌렸다. 다행히 어제의 특훈이 또다시 빛이 바랜 순간이었다. 그렇게 주차장을 세 바퀴쯤 돌았나. 강사가 말했다.
"자. 이제 나가자. 도로로."
네? 벌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