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 겁쟁이 시한폭탄
주차장을 돌고 있다. 운전 연수 기사님이 아직 도착을 안 하셔서, 연습 겸 돌고 있다. 브레이크, 엑셀을 번갈아 밟아가며 감을 익히고 있다. 핸들은 과감히 브레이크는 살짝. 코너링에 성공한다.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눈을 감았다 뜬다. 순간 시야가 바뀐다. 나와 내 차는 도로 한복판 위를 달리고 있다. 뭐지? 방금 전까지 주차장이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운전 연수 기사님이다.
“시민 씨 어디예요? 저 다 왔는데.”
“저.. 저도 제가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 도로 위인데… 어떡하죠 기사님?”
손이 벌벌 떨린다. 대형 트럭화물차가 쌩하고 지나간다. 차체가 흔들린다. 등에서 끈적한 물 한줄기가 흐른다. 꿀꺽. 침을 삼킨다. 조심히, 조심히 액셀을 밟는다. 그때 저 멀리서 전 여자친구가 보인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는다. 엥?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러곤 내 차를 향해 달려온다. 내 차는 멈추지 않고 그녀는 계속해서 달려온다. 300m, 100m 점점 그녀와 내가 가까워진다. 안돼 멈춰!!!
헉. 헉.
와 씨 꿈이네.
시계를 보니 8시. 난 반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운전 연수는 9시니까… 늦었잖아?’
서둘러 몸을 헹구고 계란밥을 뚝딱. 입에 구겨 넣는다. 코로 먹는 건지. 입으로 먹는 건지. 알 수 없다. 내 신경은 온통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녀올게.”
동생은 말한다.
“아빠가 그랬어.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근데 나는 달라.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ㅋㅋㅋ.”
“너무하다 정말 ㅋㅋㅋ 나를 그렇게 못 믿냐.”
“장난이야 장난. 잘 다녀와 파이팅!”
지갑. 차키. 핸드폰. 이제 준비 완료. 내가 간다. 올 땐 순서가 있더라도 가는 덴 순서가 없단다. 긴장타라. 도로 위는 처음이라 많이 걱정될 테다. 너의 손과 발에는 너의 목숨. 그리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달려있다. 겁을 먹어라. 도로 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멈추지 마라. 액셀을 밟아라. 움직여라. 내가 간다. 겁쟁이 시한폭탄이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