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기록] 교사 독서모임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사회를 가르치고 다양한 통계를 기초로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글들을 다른 교과 선생님들에 비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저자의 이력에 부담을 느꼈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목차를 통해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기에 초반에는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불편하지만 알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중반을 지나며 저자의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사람의 몸은 우리의 상처를 기록하는 수단이 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단순한 통계 너머로 저자는 해석하고 있었다. 억압적이고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남자와 여자 가릴 것 없이 모두 상처를 품고 있었다. 강한 남성성과 순응적인 여성성을 각자 강요받고 있었던 것이다. "마상"이라는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다. 무언가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주변인들에게 나 좀 봐달라는 인식될 수 있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마상'을 깊숙이 간직한 채 혼자 감내해야 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 많은 남성과 여성들은 스스로 곪고 있던 것이었다.
폭염과 같은 재난은 자연재해로 우연한 사고이다. 이를 대응하는 공동체가 중요한 것이다. 점점 와해되어 가는 공동체 안에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개인은 피해를 스스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국가가 공동체를 빠르게 대체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인 원인을 찾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질병의 원인은 '그물망'이다. 복합적인 연결을 보이는 거미줄과 같이 질병은 개인 차원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환경은 역사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형성되었다. 질병은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발생한다. 한 걸음 뒤에서 '원인의 원인'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쌍용차 사태는 아직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노사 합의를 통해 복직 상태에 있거나 예정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짊어져야 했던 당시 현실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해고는 살인'이란 투쟁 문구가 단순히 빨간 색 글자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 현실이었던 것이다. 노동자의 삶과 제도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있다. 스웨덴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 체제에 대한 제도적 틀을 설계하고 한국에서 고질적인 병폐였던 것들이 아무 문제없이 시스템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통계와 실태를 보면서 부러움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마주하게 됐다.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기계와 노동 환경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해 가는 악순환을 보여주었다. 일본을 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그들과 동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경제 원리상 위험한 일터가 가난한 나라로 몰리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가장 위험한 일은 약한 지위(하청업체 직원, 현장실습생, 외국인 노동자 등) 사람들에게 배당되고 있으며, 경제 권력에 의한 생명 위협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 생활에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조선소 사망 사건의 80% 가까이가 하청업체 직원이었고, 각종 산업 재해 사망 소식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례를 최근 들어 많이 들을 수 있다. 산재 후유증과 노동 현장의 문제로 인한 자살률 증가,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슬픔인 것이다.
-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고통은 개인적이지만 그것이 개인 스스로가 아닌 사회구조적 폭력에 의한 것이라면 원인을 구체적으로 해부하고, 사회적 치유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언론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과 스토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기본적인 취재원의 인권도 보장하고 있지 않다. 일본을 욕하는 우리이지만, 이런한 사회적 감수성은 그들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유족과 생존자들의 치유를 위해 사회적으로 위로하고 애도할 수 없었다.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키게 만든 것이 언론과 정치권이었다. 그냥 애도의 침묵이 조금이라도 존재했다면 세월호로 인해 많은 상처와 애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동성애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종교가 마치 국가 헌법을 좌우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일부 종교에서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강하게 드러낸 모습은 동성애자의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해석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또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피부색 편견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또는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회 감수성을 높이고 성숙한 한국 사회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 통계 자료 해석의 표본
많은 학생들이 아파하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야 건강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오프라인에서의 연결 이외에도 현대인들은 수많은 사회적 관계망을 온라인에서 맺고 있다. 또한, 그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의 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는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설계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미래인 것이다.
저자는 통계 자료를 일차적으로만 해석하고 있지 않았다. 통계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 환경과 우리의 모습을 함께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모임을 함께 한 선생님들이 모두 느꼈다. 저자의 관점이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점점 공동체라는 말이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는 부정적인 현실에서 '연대'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