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진 Nov 03. 2019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독서 공감 모임 1]

김현수 저(해냄, 2019)

 도교육청이 밀고 있는 최근 사업에는 '마을'이란 단어가 항상 들어간다. 혁신학교 시즌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져온 마을교육공동체의 영향이다. 허물어져 가는 마을을 되살려 우리 아이들이 마을 전체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런 정책 방향에 따라서 '작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학교에서 한다고 해서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학부모와의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초등학교에도 연락하여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마감일까지 신청자가 3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접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부모님들께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렸다. 다행히 문자의 힘을 통해 8명의 학부모가 함께 하게 되었고 한 권의 책을 함께 한 2차례의 모임 동안 11명으로 인원이 늘어났다.

 

 첫 모임 날에는 자기소개를 하고, 어떤 책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배경의 학부모님들이 참여하셨다. 많은 분이 이야기하신 것은 책을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지난날을 말씀하시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시점, 그리고 이런 모임이 있으면 참여하려고 했지만 이제 막 사람들이 모여 정착하기 시작한 신도시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인프라의 부족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에서 이런 모임을 한다고 하니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매주 모이는 것이 아니니 부담이 없으신 것 같았다. 아직 어떤 책을 가지고 모임을 할 것인지 정하지 않은 첫날이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학생들에 대한 글을 읽어보자고 하였고, 김현수 원장님이 새롭게 내신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이란 책을 선정해 알려드렸더니 호응을 보여주셨다.


 두 차례에 걸쳐서 읽었다. 1~4장, 5~8장으로 나누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했다. 1~4장은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생과 청소년들의 특징, 희망과 자유의 상실을 다루고 있었다. 지금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생을 어른들은 진짜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적일 수 있는 개념을 어른들은 자기 경험으로 절대화하여 현 청소년 세대의 나약함을 말하기도 한다. 정신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만나온 아이들의 사례는 극단적일 수도 있다. 일부 학부모님은 읽는 내내 굉장히 불편했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자기 자녀와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사례들이 열거되어 그 부분이 굉장히 문제이고 일반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굉장히 운이 좋은 분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아마도 긍정적인 확률의 상태인 자녀를 가진 학부모의 관점일 수도 있다.

 성장 과정에서 사례 속 아이들과 같은 친구들을 많이 보지 못한 상태에서 교직은 굉장히 다른 세상으로 다가왔다. '무기력'한 많은 학생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학생들, 억지로 하는 '공부'로 기계가 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 등등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어른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답이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교육 운동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많다. 혁신학교 운동, 사교육 줄이기, 학교 변화를 위한 여러 움직임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무리 떠들어대도 변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많은 교사 분들이 있었고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제일 변화가 더딘 영역이 바로 학부모의 교육관이었다. 학교는 변화하려고 몸부림치고 방향을 찾아 기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과잉 대표된 일부 학부모들은 줄을 던져 학교를 잡아당기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 속에서 '희망'과 '자유'를 느끼고 탄력 받아야 할 학생들은 길을 찾지 못하고 지금의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닐까...

 책의 절반 정도를 읽고 나눈 이야기에서 학부모님들은 자녀를 대하던 자기 태도에 대한 많은 반성을 하셨다고 했다. 그 성찰의 결과가 가정에 돌아가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이 책이 의도한 대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세상에 갇힌 자녀 세대가 문제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까지 나아갔으니 말이다.


 1~4장을 읽은 이후 3주가 지난 시점에서 5~8장을 가지고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한 두 번째 모임을 진행했다. '공감'과 '체험'의 상실,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과 사회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읽기 불편했다는 학부모님들은 그래도 불편함으로만 나열되지 않고 사회적인 노력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높이 샀다.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병리 현상은 사회를 빼놓고 해결책을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점을 말씀하셨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모습은 분명 모순된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현 상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 분이 말씀하셨다. 자녀와의 갈등 상황에서 '너는 그러길 바라면서, 왜 남한테는 안 그래!'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더 대화의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다른 학부모님들도 많은 공감을 표하셨다.

 '공부'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30%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관두고 싶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가 학교 공부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교사 입장에서나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의 존재 이유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사회적으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져야 하는 조사이다. 학부모님들은 하나같이 '공부'는 지식 학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다. 삶을 위한 배움이 공부하는 표현을 하셨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다 보면 요즘 아이들은 오는 길에 크게 소리친다. "기사님~ 제발 천천히 가주세요~!" 하며 도로에서 차가 막히면 좋아한다. 학원을 가기 싫다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가 상실되어 버린 채로 지금 아이들은 자기 삶이 아닌 부모에 의해 설계된 삶을 살고 있었다.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었다. 긍정적인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자발성에 의한 삶을 조금이라도 향유하고 있었다. 자기 자녀들 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아이들끼리 또는 아이 혼자서 그 경험을 하게 하기에는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부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청소년 대상의 범죄 발생이 늘어나고 환경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 학부모님이 말씀을 하셨다. "우리 아이는 내년에 학업중단을 선언하고 세계 여행을 시키려고 해요." 굉장히 신선한 말씀이었다. 다른 부모님들도 학부모님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셨다. 하지만, 못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분들 눈빛에서 움직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삶이 이상적이지만 현실(대학 입시)을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내리신 분들도 있었다.

 

 모임 마지막에 책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으며 첫 책을 마쳤다.


  “부모들부터 생기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 자신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고 사회에 함께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은 희망을 가집니다. 부모의 고생을 자식이 아닌 다른 사회적 관계의 현장에서 희생이 아닌 봉사와 헌신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p.224)”


 스스로의 삶을 사는 모습은 미래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도 이런 부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는 부모의 삶은 도박 이상의 것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픔이 길이 될 수 있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