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스페인 #8
2016.09.11 (Sun.)
#오늘의 일정
동네 구경 - 대성당 - 예배 - 피카소 미술관 - 벙커 - 카사 밀라 조명쇼(The Origin)
일요일 오전, 좀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숙소가 번화가에 위치한 덕분에, 동네 산책만으로도 나들이가 되는 :)
마침 오늘이 카탈루냐 국경일인 'Dia nacional de cataluna(Catalan day)'였다.
# 까탈란 데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행진을 하며, 독립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는 날.
거리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전통의상과 인형 복장을 입고선, 음악에 맞춰 행진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아마추어들~* 평범한 외모의 남녀들과 앳되어 보이는 청년들, 아빠 손을 붙잡고 헐레벌떡 뛰어와서 대열에 합류하는 일곱여덟 살 남짓의 꼬마 아이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누구 하나 억지로 끌려 나온 듯한 기색이 없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함께 모이기를 잘 한다더니, 딱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스페인 사람들의 모이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볼 수 있는 행사 중 하나는 '인간 탑 쌓기' 축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만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하며 높은 탑을 쌓는 전통놀이가 그들의 문화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들의 음악을 BGM 삼아 동네 산책을 하다가, 영화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는 'Kiss 벽화'를 만났다. 일반 사람들의 사진을 모아서 모자이크 형태로 작업을 해놓은 의미 있는 작품으로, 각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남&남 커플의 키스 사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ㅋㅋ (시체스가 생각나네) 그리고, 이 작품 자체의 주제가 Kiss라는 것을 통해, 다시 한번 스페인의 자유로운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
고딕지구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인 대성당에 일요일 오전에도 미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겸사겸사 찾아갔다. 신앙심이 좋은 가우디가 생전에 매일같이 찾아갔다던 성당은 건물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거의 끝날 무렵의 미사에 함께 한 후, 약속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숙소 주인 언니와 함께 한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카탈루냐 광장(Placa de Cataluna)에 들려 여유롭게 잠시 쉬고 있는데, 벤치 옆자리에 앉은 스페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서 현지인과 수다타임을 가졌다. 내가 입고 있던 옷에 대한 얘기도 하고, 내게 다른 Asian girls와 다르게 (그들은 shy하지만, 난..!?) open-minded하고 warm&peaceful한 인상이 좋다며, 무한 칭찬을! 그리곤 바르셀로나에서 남친을 만나길 바란다,고 축복(?)해주며, 볼키스를 경험하게 해주곤 떠나셨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몇 안 되는 현지인 친구... :)
오후에는, 엄마와 함께 여행 중인 친구 S양을 만나서 함께 '피카소 미술관'에 갔다. 일요일 오후에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있어서 서둘러 갔는데,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 거의 1시간을 기다리다가 입장할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미리 준비해 간 주요 작품 정보를 낭독하며 벼락치기 공부를 하긴 했지만, 이왕 들어간 거 아쉬움을 남기기 싫어서 입장 후에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여 꼼꼼하게 작품 감상을 했다. #한국어가이드제공
#일요일 무료입장 정보
- 구엘 저택 10:00-15:00
- 피카소 미술관 15:00 - 19:00
미술을 잘 모르는 나는, 특히 피카소와 같은 추상화 분야의 경우 더더욱 감상하기를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정도 추상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어릴 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으나, 성장과 함께 여러 가지 삶의 시기를 지나면서 그 삶의 모습이 그림에 여지없이 드러나 다양한 화풍을 보여주었다. Blue 시기와 Red 시기를 거쳐 종래에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되 (다 큰 어른이 순수한 시선을 가지고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사물의 특징을 찾아 극대화하여 효과적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형태의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즉,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ex. 게르니카, 한국에서의 학살 등)가 명확하거나- 다른 화가의 유명 작품(ex. 시녀들 by 벨라스케스)을 또 다른 관점으로 모작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추상 화가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현실/시대에 대한 지식과 관심, 그리고 자신의 뚜렷한 생각과 통찰력이 있을 때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며. 똑같은 사물/작품을 대하면서도 남들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의성이 있을 때에 '시녀들'과 같은 대작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 아무쪼록 또 다른 천재인 피카소와 추상화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
밤에는 요새 HOT하다는 Bunker로 향했다. 높고 탁 트인 언덕에 올라 바르셀로나 전경을 360도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분위기가 좋기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원래 계획에는 없던 곳이었지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강력 추천을 믿고 KFC 치킨과 맥주/콜라를 준비해서 어둑어둑한 언덕을 올랐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힘들게 올라간 Bunker는 마치 한국의 '한강 치맥' 느낌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한국 사람들 + 외국 사람들 쵸큼(!)ㅋ 경치 좋고, 날씨 좋(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여유로운..! 하지만, 혼자 갔으면 정말 우울할 뻔했던 곳 -_-ㅋㅋ 함께라서 감사하다고, 제일 많이 생각했던 곳이다 ^^
뭔가 여유로운 듯 하지만, 절대 한가롭지는 않은 일요일!
미리 예약(22:20)해놓은 까사 밀라 조명쇼, The Origin을 위해 서둘러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내려왔다. 약 1시간가량 까사 밀라에 대한 투어를 한 뒤, 옥상에서 조명쇼를 감상하는 코스였다. 까사 밀라는 부자들을 위해 설계된 아파트로, 당시 최초로 지하 주차장을 만든 것으로 큰 관심을 얻고 유명해졌지만, 최상층에 빗물을 축적했다가 필요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는 등 자연친화적이고 실용적인 기능들이 딱 내 타입이었다! >_<
이미 너무 많은 문명의 혜택을 경험했기 때문인 것인지.. 정작 조명쇼는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밝을 때 와서 옥상의 조형들과 아파트 생활공간의 내부를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야간 투어 시에 건물 내부 투어가 진행되긴 하지만, 집 내부는 투어 범위에서 제외된다.)
여기서도 마지막은 음료 및 다과와 함께 소소한 파티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
여유롭게 시작한 일요일이지만,
알차게 보낸 후, 오늘도 늦은 밤 숙소로 by wal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