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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줴 Feb 18. 2021

글을 쓴다는 것 (feat.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것 #찾기


2시간 동안의 운동과 샤워 후에 나른해진 상태로

은은한 조명을 켜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다.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은, 바로 이런 순간인 것 같다!

적당히 어두운 조명과 방해받지 않을 정도로 흘러나오는 음악, 그리고 차분하고도 자유로운 끄적거림.

사실 굳이 Journaling을 하지 않아도, 그냥 이런 환경에 놓여있는 게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을 아깝다고 느끼며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나의 강박관념이다.

이 강박관념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하고 싶은 것'은 계획이 되어 버리고,

그 계획이라는 녀석은 나를 압박하여, 부담감에 짓눌려 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일까?

글쓰기에 처음 매료되었던 것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끄적거렸던 '일기' 덕분이었다.

당시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매일 같이 힘든 심정을 토로했고, 그들은 마음을 다해 들어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가 '매일 똑같은 얘기를 하는 아이'로 느껴졌고,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나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들, 다른 사람에게는 차마 늘어놓기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일기장에는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록된 이야기들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스스로 치유가 되었다 :)



내가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

이 생각은 내 삶에서 여행이 일상이 되어가면서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여행을 할 때에는, 그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벅차고 즐거웠다.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에 매료되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여행이 반복될수록 허무감을 느꼈다.

여행 끝에 남는 것 무엇일까...?

너무 촌스러워 들춰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수많은 B컷 사진들과

나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라고 믿고 있는 암묵적 지식과 경험들?!

그러다 보니 '생산성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브런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Product manager로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통해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우리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랐다.

또한, 스스로의 커리어를 PM으로 공식화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이러한 마음으로 다시 브런치를 시작했고, 목차를 작성하고 일정까지 계획해가며 야심 차게 첫 글의 운을 떼었다.

하지만, 목적이 목적인 만큼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고

그건 곧 내게 부담감으로 다가와, 한 줄을 쓰는 데에도 너무 많은 고민을 했고 한 단락을 끝내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는 어느새 일로 느껴졌고,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지금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면서도,

이 이야기를 나 혼자만 간직하기보다는

누군가와 나누며,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다.


아ㅡ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것이 진짜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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