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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줴 Aug 22. 2021

내가 아는 한담 해변이 아니라..

나홀로힐링여행 Day02

아침 일찍, 알람도 없이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아직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서둘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숙소를 나섰다.

애월에만 주야장천 머물기로 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한담 해변]이다.

11년 전 그날, 정확히 어느 때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람이 드문 한담 해변을 홀로 걸었던 순간의 기억이 좋아서, 이후로 애정 하는 곳이 되었다.


숙소 바로 옆에서 시작되는 그 길은, 이른 아침의 운동 코스로도 썩 괜찮아 보였다.

이번 여행의 루틴으로, 한담 해변을 따라 달리는 모닝 러닝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운동복도 2벌이나 챙겨 왔다.


힘찬 걸음으로 한담 해변 초입에 들어설 무렵, 낙석 위험으로 인해 해당 구간 통행이 금지된다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고.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다 수영하려고 왔는데 비가 오고, 한담 해변 걸으려고 왔는데 폐쇄라니 ㅠㅠ

절망적인 마음을 느낄 새도 없이, 비를 맞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숙소에 돌아와 아쉬운 마음에 실내 운동을 하고, 예쁜 조식을 먹으며 마음을 달랬다.

그리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

충분히 시간을 보낸 후에야, 다행히 비바람이 조금 잦아들어 밖으로 나섰다.


이쪽 시작점은 막혀있지만, 반대쪽 입구부터는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큰길로 돌아가서 반대쪽 입구에 도착하여,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자마자 낯익은 표지판이..


걷고자 했던 그 길은 이번 여행에서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가 알던 그 길만이 한담 해변이 아니라, 카페거리 방향으로도 길이 닦여있다는 것!

한담 해변길을 넘어 또 다른 길이 또 뻗어있어서, 자연 속에서 걷고 또 걸을 수 있었다.


열심히 걷다 보니,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 & 펍에서 울려 퍼지는 힙한 음악! 두둠칫!

흐린 날에도 열일하는, 환상적인 노을까지! :)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덕분에 아쉬움이 가득할 뻔했던, 이번 여행의 둘째 날이 평화롭게 저물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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