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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25. 2018

다이칸야마를 걷다

다이칸야마 하치만도리

2017년 5월 3일 수요일,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초


나는 카레타스 거리와 푸에르타 델 솔이 만나는 모퉁이에 서 있었다. 푸에르타 델 솔은 별 특색 없는 반원형의 교차점으로, 그 한가운데 카를로스 3세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화창한 날이었다. 관광객들이 그 앞에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안내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강한 불안을 느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6일이라는 짧지 않은 일정을 내어 여행길에 올랐다. 가이드가 있는 투어도 아니고, 일행도 없는 나 혼자만의 여행이다. 게다가 장소는 뚜렷한 볼거리가 드문, 그냥 '도시'일뿐인 도쿄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묘사한 '여행지의 불안'을 느낄 만하다.

긴 시간 동안 무얼 해야 할까, 어딜 가야 할까. 시간은 충분하지만 하루도 허투루 쓰고 싶진 않은데, 최대한 많은걸 보고, 듣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 '욕심'이 휴식이 아닌, 또다른 업무와 스트레스가 된다는걸 근래에 깨달았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는 여행'을 떠났다, 도쿄의 동쪽과 서쪽을. 역설적으로, 느리게 걷는 동안 많은 걸 보고 느끼길 희망했다.

Daikanyama Station, Tokyo, May 2017
Daikanyama, Tokyo, May 2017

다이칸야마 산책의 시발점이었던 다이칸야마역.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작고 소박한 역이었지만 유동인구는 많았고, 젊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Daikanyama, Tokyo, May 2017

초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무더워, 생과일을 얼린 수제 아이스바가 인기였다. 이런 종류의 주전부리는 항상 그렇듯이 양에 비해 값비싸고, 미각보다 시각을 자극한다.

안타깝게도 당시에 수제 아이스바를 먹었던 Paletas 다이칸야마점은 지금은 폐점했다.

Daikanyama Address, Tokyo, May 2017

다이칸야마 어드레스를 끼고 우회전하면 하치만도리를 걷게 된다. 다이칸야마는 시부야구에 속하는데, 하치만도리를 따라 직진하면 시부야역에 다다르게 된다.

Daikanyama, Tokyo, May 2017

하치만도리는 다이칸야마역 주변보다 훨씬 덜 번화하다. 조용하고 소박하며 깔끔하다.

Daikanyama, Tokyo, May 2017

인상적이었던 것은 황량한 철길이었다. 분명 교통의 요지인 시부야와 신주쿠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철로일텐데, 열차가 지나가지 않는 동안에는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기찻길처럼 보였다. 육교에 올라, 녹이 슬어 잔뜩 바랜 듯한 철길을 내려다 보았다. 근처에는 종점에 세워진 버스 차고지가 있었다. 바람을 맞으며 갈색의 철로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더없이 이국적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여행지에선 걷는 게 제일이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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