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Oct 15. 2017

건강한 브런치

홍콩과 뉴욕에서 만나는 건강한 한 끼

나는 여행할 때 식당보다는 카페를 즐겨 찾는다. 빨리 먹고 자리를 떠야 하는 식당과는 달리 카페에서는 허기를 해결한 후에도 독서나 글쓰기, 수다 등 다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커피만 마시고 나가야 하는 곳보다는 브런치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카페가 좋다. 맛있는 브런치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맛있는 브런치는 아닐 수 있지만, 슬로 푸드에 가까운 건강한 브런치를 파는 카페를 소개해보려 한다.




#1 과일을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 커핑 룸, 홍콩


월드 바리스타 대회에서 2위를 수상한 커핑룸


커핑 룸은 홍콩 셩완에 위치한 작은 카페로, 월드 바리스타 대회 2위를 수상한 곳이다. 그러나 커피보다는 브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과일을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한화로 약 ₩15,000


브런치 중에, 수란에 홀랜다이즈 소스를 듬뿍 얹은 에그 베네딕트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라 커핑 룸을 방문했을 때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주문해버렸다.

잘 여문 과일처럼 보이는 수란 두 개, 계란 노른자와 헷갈릴 듯한 홀랜다이즈 소스, 시금치, 연어까지는 보통의 에그 베네딕트와 비슷해 보인다. 여기에 자몽과 오렌지를 곁들여 신선함을 더했다. 특히 새콤 쌉싸름한 자몽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이 식사에서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을 고려한듯한 세심함이 엿보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보카도가 추가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 허니 몰트 토스트는 호밀빵을 연상시킬 만큼 다소 퍽퍽했다. 그리고 월드 바리스타 2위의 커피라기엔 쓴맛이 강해 한약 같았다. 오히려 아무 타이틀이 없었던 인근의 브루 브로스 커피의 커피가 더 맛있었다.

The Cupping Room, Sheung Wan, Hong Kong, 2016


그러나 외국인이 많고, 다소 복작복작한 셩완의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와 커피를 할 수 있어서 여행 온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라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특히 과일을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는 ‘건강을 해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뿌듯함을 선사한다.



The Cupping Room
Shop LG, 287-299號, Queen’s Road Central, Central, Hong Kong
+852 2799 3398





#2 초록 초록한 아보카도 토스트 - 웨스트빌, 뉴욕


2017년 가을, 난생처음으로 미국에 갔다. 미국과의 첫 만남은 뉴욕이었다. 쇼핑은 거의 하지 않았고, 주로 먹거나 마시거나 미술관을 다녔다.


Westville Wall Street, New York, 2017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중심가의 호텔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절대 관광지라고 할 수 없는 월스트리트에 묵었다.


호텔 조식이 워낙 맛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주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숙소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웨스트빌이라는 슬로 푸드 중심의 브런치 카페가 있었다. 저녁시간에는 만석이라 간혹 대기가 있기도 했지만, 아침에는 자리가 여유롭고 여유로웠다. 이곳은 훌륭하게도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게다가 맛도 훌륭했기 때문에 나 같은 뜨내기 여행자에게는 제격이었다.


Westville Wall Street, New York, 2017


수란을 간절히 먹고 싶어서, 수란이 들어간 메뉴인 '아보카도 토스트'를 골랐다.


웨스트빌의 아보카도 토스트


슬로 푸드라고 하지만, 상당히 빨리 음식이 나왔다. 양은 정말 푸짐했지만, 내가 상상한 비주얼과 달랐다. 생 아보카도가 올려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토스트 윗면엔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아보카도 스프레드가 발려 있었다. 호밀로 만든 식빵인 걸까, 약간 질기고 쉽게 잘리지 않는 게 커핑 룸의 허니 몰트 토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아보카도 토스트와 레몬에이드


생 레몬즙을 짜서 만들었다는 웨스트빌의 레모네이드. 전날 저녁 마셨던 진토닉에도 탄산이 하나 없이 밍밍하더니, 레모네이드도 레몬주스 같다. 다시는 미국에서 탄산음료를 먹지 않으리. 같이 곁들여 나온 케일 샐러드가 제일 맛있었다. 사실 이 아침 식사는 다소 불만족스럽긴 했으나 건강에는 이로워보였다.

최근에 저렇게 잼 대신에 아보카도 스프레드를 가득 바른 토스트가 유행인 건지, 다른 카페에 갔을 때도 브런치 메뉴에 아보카도 토스트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에 ‘아보카도 토스트’라는 메뉴를 봤을 때는 식빵 위에 잘린 아보카도 몇 점이 올려져 있는 토스트를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에그 베네딕트에 가니쉬 정도로 올라간 아보카도를 먹을 때보다, 다섯 배쯤 많은 아보카도를 섭취할 수 있어서 아보카도 마니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이다.

아보카도뿐만 아니라 계란 프라이도 두 개나 제공되어 비타민과 단백질이 가득한 든든한 식사가 될 것이다.



Westville Wall Street
110 Wall St, New York, NY 10005, US
+1 212-741-478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