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와 함께하는 6가지 칵테일
허브가 들어간 칵테일은 싱그럽다.
지난번엔 바질이 들어간 칵테일 세 가지를 소개했다. 사실 바질보다 대중적인 허브는 민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민트가 들어간 가장 유명한 칵테일은 (영화 내부자들 때문에) 모히토일 것이지만, 그 외에도 민트가 들어간 매력 있는 칵테일이 많다. 오늘은 민트가 들어간 6가지 칵테일을 소개하려 한다.
#1 가성비 좋은 민트 쥴렙
작년 여름, 회사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쇼콜라 디제이에서 퀴즈 상품으로 위스키 봉봉을 샀다. 위스키가 들어간 봉봉은 포장하고, 칼바도스 봉봉은 내가 먹었다. 칼바도스를 약간 마시고 알싸해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 5분 거리의 텐더 바로 향했다. 쇼콜라 디제이 사장님이 방문할 때마다 꼭 가보라고 입이 마르게 추천하던 곳이었다. 도쿄의 유명한 바가 서울에도 상륙했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을 때였다.
교토의 오래된 가옥 사이에 자리 잡은 몰트바처럼, 텐더 바 서울은 높지 않은 담장이 빼곡한 한옥 식당 사이에 있었다. 하얀 담장과 기와집. 그것이 이 바의 첫인상이었다. 심지어 굳게 닫힌 대문을 밀고 들어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조명이 어둑한 편안한 분위기였고 생각보다 혼술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 바에 간 건 처음이었음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곳의 웰컴 드링크는 따끈한 닭 육수였다. 치킨 스톡, 혹은 치킨 수프. 메뉴는 없었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저흰 메뉴가 없습니다."
"음, 맛있는 걸로 추천해주세요."
"지금 민트가 신선해요."
"그럼 민트가 들어간 칵테일 중에 모히토 아닌 걸로 부탁드려요."
바텐더님의 대답은 민트 쥴렙이었다.
스테인리스 잔,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트로, 풍성한 민트 잎 사이로 풍기는 짙은 버번 향.
알고 보니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마신 칵테일이다. 한 모금 마셨다. 술기운이 강하게 올라온다. 버번위스키를 온 더 락으로 마시는 느낌이지만, 좀 더 산뜻하고 청량했다.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 벌써 취하는 것 같아요."
"그럼요, 메이커스 마크가 투 샷이나 들어갔으니까요."
"정말요? 위스키가 투샷이나 들어가다니, 정말 가성비가 좋은 칵테일이네요."
약간 몽롱해진 채 생각에 잠겼다. 메이커스 마크를 스트레이트로 주문하는 것보다 민트 쥴렙을 한 잔 시키는 게 더 저렴하겠다면서. 그 후, 민트 쥴렙은 줄곧 '가성비 좋은 칵테일'이라고 불렸다.
스테인리스가 입술에 닿는 차가운 느낌이 좋았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듯이, 민트 쥴렙을 조금씩 빨아들이며 노트에 프레젠테이션 스토리를 적었다. 바가 워낙에 어둑어둑한 데다가 홀로 온 사람들이 많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다. 약간의 술기운을 빌어, 평소보다 대담한 개요를 구상했다. 바에서 술을 마시며 일을 하다니,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금방 일을 마친 뒤, 사장님 내외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 달 후, 도쿄 바투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도쿄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은 컵받침에 긴자 추천 바 리스트와 시그니처 칵테일을 적어 손에 쥐어주셨다.
PT 스토리를 구상하러 갔다가 도쿄 바 추천까지 받았다. 예기치 못한 선물이었다.
#2 만화 <바텐더>의 모히토
텐더 바 사장님이 추천한 리스트를 들고, 은희와 함께 긴자를 방문했다.
늦은 밤, 작은 공간 오차드에 들어섰다. 마치 과일가게 같은 곳이었다. 바엔 신선한 과일들이 늘어서 있었다.
과일이 들어가는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로 과일을 썰고 쉐이킹 하여 칵테일을 만드셨다. 먼저 갔던 다른 일본 바와는 달리 격식이 없고 매우 친절했다.
은희는 긴자 바 투어의 마지막을 모히토로 마무리했다.
사장님이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가져왔다. 만화 <바텐더>였다. 표지를 보니 오차드의 모히토와 똑같이 생겼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만화 <바텐더>의 모히토가 오차드의 모히토를 모델로 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모히토엔 민트가 아주 많아, 보고 마시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3 논알코올 모히토, 스프링쿨러
어느 날, 평일에 휴가를 내고 서소문에 필름도 맡기고 해방촌에 들렀다가 한남동까지 걸었다. 한남오거리까지 온 김에 한남동 커피 바케이에 들렀는데, 당시 나는 술을 마실 수 없었다.
그래서 몇 안 되는 논알코올 칵테일 중에 하나를 골랐다. 그 이름은 스프링쿨러였는데 라임과 민트가 만나, 럼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모히토와 똑 닮은 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논알코올 칵테일 중에 인기가 가장 많았다.
#4 라프로익 모히토
삼성동의 어느 바에 갔을 때이다. 바의 매니저님이 모히토를 추천하셨는데, 그건 일반적인 모히토가 아니라고 했다.
“이 모히토엔 럼이 아니라 라프로익이 들어가요.”
라프로익이라고? 물론 나는 아일라 위스키를 좋아하긴 하지만, 소독약 냄새가 나서 호불호가 갈리는 라프로익이 민트와 잘 어울릴까?
그러나 막상 마셔보니 신기하게도 라프로익과 민트, 라임주스의 궁합이 잘 맞았다. 달달하고 시원한 기존의 모히토의 느낌과는 달랐다. 청량함은 유지하면서도 코끝에 싸한 향이 느껴졌다.
아드벡은 묵직하다. 반면, 라프로익은 가볍진 않지만 톡 쏘는 느낌이 있다. 예상치 못할 때 허를 찌르는 느낌이랄까.
#5 “예쁘면 다”인 에메랄드 쿨러
어느 날, 역삼동에서 스페셜 오더로 칵테일을 주문했다.
술의 종류인 스피릿을 선택하고, 맛과 질감을 구성하는 몇 개의 요소 중 원하는 걸 고르면 그에 해당하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진을 베이스로 하는, 탄산이 있으면서 상큼한 맛을 원했다.
그 결과는 에메랄드 쿨러라는 칵테일이었다. 지금은 일본으로 돌아간 바텐더님이 만들었다. 사진에서처럼 비주얼이 훌륭했다. 이름의 ‘에메랄드’처럼 영롱한 초록빛으로 가득했고, 풍부한 향 때문에 칵테일이 아니라 향수 같았다. 향으로 마시는 칵테일이었다. 살짝 느껴지는 민트향이 상쾌했다. 그러나 맛은 살짝 아쉬웠다.
#6 민트 초코 같은 그래스호퍼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중에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스크림은 단연 민트 초코칩일 것이다. 내가 예전에 과외를 했던 학생은 민트 초코칩을 ‘민초’라 부르며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치약 맛’이라며 치를 떨었다.
나는 ‘호’도 ‘불호’도 아니었다. 있으면 먹지만 딱히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일 년 동안 민트가 들어간 꽤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마셔봤지만, 확실히 민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뉴욕에 갔을 때 서비스로 받았던 ‘리틀 그래스호퍼’는 민트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단테에서 마지막 계산을 마치자 서비스로 그래스호퍼 슈터를 받았다. 단테는 원래 네그로니로 유명한 바인데, 주력인 네그로니보다 보너스로 딸려 나온 그래스호퍼가 훨씬 맛있었다. 공짜라 더 맛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