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Oct 30. 2017

바질과 칵테일은 제법 잘 어울린다

역삼동과 청담동에서

파스타 등 서유럽 음식에 자주 등장하는 식재료 허브인 바질. 이 매력적인 식물은 음식뿐 아니라 칵테일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



#1 V&B Combine


바질이 술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D 덕분에 알았다.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던 작년 여름. 나는 절친한 친구 D에게 SOS를 보냈고, 당시 단골이 될까 말까 갈림길에 서있던 바에서 반주를 곁들여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야근 후 불볕 더위를 뚫고 역삼동에 도착하니 D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칵테일도 이미 마시고 있었다.

Coffee Bar K, Seoul, August 2016

"나 이미 한 잔 시켰어."
유리잔에서 짙은 허브 냄새가 났다.
"이름이 뭐야?"

"V&B Combine이라고 합니다."
칵테일을 만드신 매니저님이 말했다.

"보드카와 바질이 들어갔다는 의미이죠. 예전에 제가 일하던 가게에서 만들던 칵테일이었습니다. 친구분이 보드카도, 바질도 좋아한다고 하셔서 만들어 드렸어요."

Coffee Bar K, Seoul, August 2016

허브 리큐르인 베네딕틴과 샤르트뢰즈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바질과 어우러지니 향긋하고 산뜻했다.

바질은 파스타나 피자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칵테일의 가니쉬나 주재료로 왕왕 쓰이는 허브였다.

Coffee Bar K, Seoul, August 2016

우리는 이 칵테일을 마시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메뉴에는 이 칵테일이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매니저님은 예전에 일하던 바의 시그니처 칵테일이었기 때문에 다른 바의 메뉴에 실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럼 그 바의 이름은 뭐에요?”
“믹솔로지라고 합니다.”



#2 허브 김렛


“믹솔로지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엄연히 말씀드리면 제가 일했던 믹솔로지는 없습니다. 지금 있는 믹솔로지는 그 때 같이 일했던 형님들이 개업하신 새로운 바이죠.”

그 얘기를 들은지 일년만에 믹솔로지를 찾았다. 사실 처음 방문한건 2017년 초였지만, 꽤 오랜 공백 기간을 두고 그해 여름에 제대로 다시 방문했다.

Mixology, Seoul, August 2017

둥근 얼음이 잠긴 시원하고 청량한 칵테일. 거기에 향긋하기까지 하다. 김렛에 바질과 트러플 오일 세 방울 정도가 들어간 믹솔로지의 대표 칵테일인 허브 김렛이다.

언제인가 마리텔에도 나와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바에 앉은 사람들 중 (특히 여자 손님들) 대부분은 이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나는 사실 남들이 다 좋아하면 나는 왠지 ‘아니오’를 외치고 싶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중적이고 인기 많은 칵테일에 나도 덩달아 빠져버렸다.

믹솔로지 출신들은 허브와 과일 칵테일 전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V&B 콤바인과 허브 김렛 모두 맛이 출중했다. 둘다 바질이 들어갔지만,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기주가 보드카고 후자는 기주가 진이다.

허브 김렛은 심지어 술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상큼한 나머지, 블러디 메리보다 해장술에 걸맞는 것 같다. 식전주로도, 디저트 칵테일로도, 해장주로도 손색이 없는 칵테일이다.



#3 T&T


청담동 명품거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화이트바. 안주가 너무 맛있고 라인업도 다양해 다이닝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칵테일바이다.

어느 날, 아보카도 치킨 샐러드를 먹다가 티앤티라는 칵테일을 곁들였다.

White Bar, Seoul, January 2017

티앤티는 사실 폭탄의 이름이다. 그 이름처럼 도수는 꽤나 세다. 이 칵테일에도 허브 김렛처럼 바질과 트러플 오일 몇 방울이 들어간다. 허브 김렛보다 새콤달콤한 맛은 덜하지만, 느끼한 맛을 잡는데 효과적이다. 도수가 강해서 가성비도 괜찮다. 트러플향도 도수만큼 강한 편이다. 화이트바에서 내가 좋아하는 칵테일 중 하나였다.






나는 고수라면 기겁하고, 민트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허브는 무조건 나와 맞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바질이 들어간 칵테일은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Coffee Bar K, Seoul, August 2016

위의 세 칵테일 중에서 마시고 싶은 칵테일이 있다면 아무 곳이나 방문해보면 좋겠다. 그 어떠한 곳에 가더라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