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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May 23. 2018

마치 여행이 아닌 것처럼

홍콩 셩완 브루 브로스 커피 Brew Bros Coffee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걷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언제부턴가는 현지의 카페에 둥지를 틀고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좋다. 기껏해야 3일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는 여행자가 아닌, 그 동네 사람이 휴일을 보내는 것처럼.

내가 이런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2016년 12월 홍콩에서였다.



나는 4일 동안 셩완에 머물렀다. 세 번째로 방문한 홍콩이었다. 특별히 일정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무계획 여행'에 방점을 찍었던 브루 브로스 커피. 아침에 에그 타르트를 먹으러 타이청 베이커리에 가려다가 딤섬 스퀘어에 발이 묶여서 아침을 먹었는데, 이번엔 밀크티를 마시러 란퐁 유엔에 가려다가 브루 브로스 커피 앞에 멈춰버렸다.



셩완에서 소호로 향하는 길, 식당이 아닌 카페인데도 대기줄이 있었다. 옆집은 French Take away 치킨집이라 닭 튀기는 냄새가 자욱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유명하거나 커피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인가 보다 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겨 덩달아 나도 줄을 섰다.


Natura Classica, Agfa Vista Plus 200


호주 멜버른의 마켓 레인 카페에서 원두를 공급받기 때문에 카페 여기저기에서 ‘멜버른’이라고 쓰인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득 멜버른에 가고 싶어 졌다. 예전엔 볼 게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홍콩을 사랑하는 지금이라면 멜버른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서.


브루 브로스 커피의 All Day Breakfast


브런치라면 사족을 못써서 All Day Breakfast라는 문구가 매력적이었다. 안타깝게도 딤섬 스퀘어에서 아침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디저트만 먹고 브런치는 패스했다. 또 셩완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브루 브로스 커피에서 꼭 브런치를 먹을 것이다.


Brew Bros Coffee, Hong Kong, December 2016


결국 타이청 베이커리에 가지 않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카페에 눌러앉아버렸다. 넓지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킨들을 읽고 있는 서양 아저씨 옆에 합석했다.


아이스 커피와 초콜렛 아이스크림, 브루 브로스 커피


나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 커피 맛은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커피 맛보다는 카페의 분위기와 안락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브루 브로스 커피는 맛조차도 훌륭했다.


참 홍콩스러운, 셩완스러운 브루 브로스 커피


빨리 커피만 마시고 나갈게 아니라 최소 두 시간 정도 머무르며 편안히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를 원하기 때문에 자리가 불편해서는 안된다. 인테리어가 멋지면 좋겠지만 의자는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시끄러우면 글쓰기에 방해가 되겠지만, 그래도 손님이 적당히 있으면 좋겠다. 특히 그 지역만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곳이 좋다.



그런 장소들이 내가 원하는 cosy place이다. 사무실이 아닌 자유로운 장소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그런 장소들이 나의 일터 일 순위가 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디지털 노매드들에게도.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 한가롭게 쉬며 주말을 보내는 것 같은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은 오후 시간의 일정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휴가를 와서까지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았다.


Natura Classica, Agfa Vista Plus 200


그래서 정말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 어떤 관광도 하지 않고, 동네에서 주말을 보내듯이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글 쓰고 커피나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순간들이 결국 행복한 여행의 추억으로 남았다.


Natura Classica, Agfa Vista Plus 200


딤섬 먹은 것과 카페에서 커피 마신 것밖에 없지만, 만 오천보 넘게 걸으며 체력을 소진한 전날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Natura Classica, Agfa Vista Plus 200


브루 브로스에 머무르는 두 시간 동안 테이블에 합석한 외국인이 두 명 바뀌었으며, 자리가 부족하여 점원의 요청에 따라 창문의 바 자리로 옮겼다. 서로 모르는 사람 네 명이 창 밖을 보며 서로 다른 용무를 보았다.



날씨는 선선하고, 좁은 카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창 밖에서는 치킨 냄새가 풍겨왔다. 그 순간, 어떠한 드라마틱한 일도 없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해졌다.



Brew Bros Coffee

33 Hillier St, Sheung Wan, Hong Kong

+852 2572 0238

https://www.instagram.com/brewbroscoffee






Additional Suggestions


#1 커핑 룸 The Cupping Room


브루 브로스 커피와 3분 거리에 커핑 룸이라는 작은 카페가 있다. 커핑 룸 역시 괜찮은 커피와 브런치를 제공하고, 내부 인테리어 등 분위기가 훌륭한 편이다.


월드 바리스타 2위의 셩완 카페, 커핑룸


월드 바리스타 대회 2위를 수상한 카페라 커피 맛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을 듯. 브런치 등 음식메뉴 라인업이 다양하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혼자 후다닥 아침을 먹기에 딱인 곳이었다.


브루 브로스 커피처럼 합석은 기본이다
자몽을 곁들인 건강한 느낌의 에그베네딕트를 먹을 수 있다



The Cupping Room
Shop LG, 287-299號, Queen’s Road Central, Central, Hong Kong
+852 2799 3398

https://www.instagram.com/cuppingroomhk




#2 딤섬 스퀘어 Dim Sum Square


브루 브로스 커피 근처에 식사하기 좋은 곳으로 딤섬 스퀘어가 있다.


하가우와 슈마이가 맛있는 딤섬스퀘어


샤오롱바오보다는 하가우와 슈마이가 맛있다. 저렴하고 맛있는만큼 인기가 많으므로 대기줄과 합석은 각오해야 한다.



Dim Sum Square
上環蘇杭街88號地下, Sheung Wan, Hong Kong
+852 2851 8088




#3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콩 소호
Holiday Inn Express Hong Kong SoHo


위에 언급한 모든 곳들과 가까운 호텔이 있다! 셩완역, 소호로 향하는 할리우드 로드와 접근성이 우수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콩 소호이다.


Holiday Inn Express Hong Kong SoHo


AEL을 이용하면 무료 셔틀버스 H1 라인 첫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가격 대비 위치가 훌륭하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에서 보이는 뷰


뷰는 나름 괜찮다. 바다는 아주 조금 보이지만, 고층에 묵을 경우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이비스 셩완과 비교할 때 객실 크기나 위치가 우수하다. 청결 부분에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입지가 좋아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Holiday Inn Express Hong Kong SoHo
83 Jervois St, Central,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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