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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un 08. 2018

술 마시는 카페

이촌동 헬 카페 스피리터스


꽤 오래전부터 이촌동에도 바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카페와 바를 겸하는 헬 카페 스피리터스이다. 기존 보광동에 있던 헬 카페 로스터스의 2호점 격이다. 다만 보광동과 다른 점은 술도 판다는 것이다.



오전 11시부터 문을 연다. 술을 마시기엔 아주 이른 시각이지만 원한다면 낮술도 가능하다. 다만, 그 시간에는 바텐더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위스키만 주문 가능하다. 저녁 7시부터 칵테일도 주문할 수 있다. 사실 뉴욕의 절반 이상의 바들과 런던의 일부 바들도 오전 열한 시나 정오쯤부터 오픈하고 (나의 추정이긴 하지만) 2교대를 한다. 그 동네에선 심지어 그 시간에도 칵테일을 파는 것 같았다.



한국에도 뉴욕 스타일의 낮술 바가 생겼다는 게 신선했다. 이날 헬 카페 스피리터스를 처음 방문 후 네다섯 번쯤 더 가서 점점 단골이 되고 있는데, 이곳이 마음에 든 가장 큰 이유는 카페에 가듯 부담 없이 위스키를 한 잔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석 잔씩 마시던 1-2년 전과는 달리, 최근엔 술을 마시게 되면 주종 불문 1-2잔으로 끝낸다. 작은 잔을 사용하는 소주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소주는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밤 9시 전에만 계산하고 나가면 커버 차지(자릿값)를 받지 않아 좋고, 바와 카페 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어서 책보거나 공부하러 잠깐 들러도 부담 없는 분위기가 좋다.



2017년 여름, S가 유타로에서 일본 라멘을 먹으며 말했다. 카페 같은 바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카페에서는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왜 술을 마실 수는 없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바로 그건 분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취급하는 곳이 분위기가 어둡고,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술집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정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말렛 샤케라또


그럼 카페에서 술도 마실 수 있으면 된다. 헬 카페 스피리터스가 바로 그런 곳이다.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바로 변하는 곳이지만 낮에도 위스키는 판매한다. 게다가 커피 중에서도 술이 소량 들어간 코인트로 샤케 라또, 디사론노가 들어간 아말렛 샤케 라또, 제임슨이 들어간 아이리쉬 커피가 있다. 첫 잔이 코인트로 샤케 라또였는데 shake를 의미하는 샤케 라또라 그런지, 바리스타님도 셰이커를 이용해 열정적으로 쉐이킹을 하셨다.

나중에 D와 함께 방문했을 때, D는 코인트로 샤케 라또를 마시고 엄지를 번쩍 올렸다. 슈퍼 커피의 발렌시아 오렌지가 들어간 커피가 떠오른다고 했다. 가격대는 커피 치고는 세지만, 커피가 아닌 칵테일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만드는 방법은 칵테일과 거의 동일해 보였다) 합리적이다.



항상 언젠가는 마셔보기를 기대했던 몽키 숄더. 그러나 생각보다 몽키 숄더를 가지고 있는 바가 없어서 여태껏 마셔보지 못했다. 헬 카페 스피리터스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마셔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블렌디드 위스키와 잘 맞는다는 걸 깨닫게 한 위스키였다. 사실 일본 블렌디드 위스키였던 히비키도 일본 위스키 중 가장 좋아했다.

몽키 숄더는 정말 부드러웠다. 특히 헬 카페 스피리터스에서 서비스로 준 솔티드 캐러멜 초콜릿과 아주 잘 어울렸다.



저녁 7시를 넘기면 칵테일을 판매한다. 술의 시간부터는 기본 안주로 양배추와 마요네즈 간장이 제공된다. 간장과 어우러진 마요네즈는 마성의 안주라서 마치 토끼가 된 것처럼 양배추를 몇 접시씩 먹게 될 것이다.



헬 카페 스피리터스 Hell Cafe Spiritus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1동 300-23
070-7612-4687





Additional Suggestions


#1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서빙고동, 2018


이촌역 2번 출구의 연결통로로 걸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호수와 정자도 있고, 남산타워가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유물만 있을 것 같지만,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등과 같은 해외 작품 기획전도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동 서빙고로 137
02-2077-9000




#2 미타니야 동부이촌점


돈까스 카레, 2018년 5월


헬 카페 스피리터스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삼익아파트 지하상가에 맛있는 일본 음식점, 미타니야가 있다. 원래 이촌동은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이 근방의 일본 음식점들이 맛있는 편이라고 한다. 스물두 살에 이촌동 사는 친구의 소개로 첫 방문한 이후로, 이촌동에 올 때마다 식사는 여기서 해결하고 있다. 헬 카페 스피리터스와 코스로 묶어 가기에 괜찮다.



미타니야 동부이촌점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동, 300-301
02-797-4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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