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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05. 2017

고객이 또 오게 하고, 올 때 친구를 데리고 오게 하면

청담동 믹솔로지


고객이 또 오게 하고, 올 때 친구를 데리고 오게 한다면 요식업은 망할 리 없다.
-우노 다카시, <장사의 신>


이자카야의 전설, 우노 다카시가 <장사의 신>에서 귀띔한 요식업의 성공 비법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천하기에 쉽지만은 않다. 결국 단골손님의 중요성을 언급한 글이다. 나는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꽤 많은 가게의 단골이었으므로 이 말에 큰 공감을 한다.

첫 번째로는 직원을, 두 번째로는 고객을 생각하는 회사를 존경한다. 대부분 가장 우선은 고객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직원이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 직원을 가장 먼저


몇 년 전, D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은 강제로 정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구축했다고 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엔 부서장에게 디메리트를 주었다. 근무시간이 줄어드니 성과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반대의 목소리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어디 가서 회사 욕을 안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하지 않겠는가.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고객을 만나지 않겠는가. 특히 서비스업일수록, 직원의 행복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믹솔로지의 운영철학에 감동했다. 2017년 10월인가부터 오픈 시간이 7시에서 8시로 변경되었고,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면 폐점시간도 두 시간 앞당겨졌다. 손님 입장에서는 불편해질 수도 있다. 8시보다 전에 도착하는 바람에 남는 시간을 보내러 위층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고 가거나, 8시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퇴근을 늦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뀐 영업시간에는 타당한, 그리고 존경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텐더는 낮밤이 바뀌기 때문에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영업시간 축소로 확보된 추가 시간에 직원들이 자기 계발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손님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요.”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급여는 그대로였다. 정말 놀라운 영업철학이었다. 매출이 줄더라도, 직원의 복지와 성장을 택한 것이었다.

나는 바뀐 영업시간이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표님들을 존경한다고 말씀드렸다.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늘려서 직원들을 못 쉬게 하는 가게들도 있는데, 확실히 그럴 경우 직원들은 잘 웃지 않는다. 그 후, 믹솔로지는 보다 즐거워졌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과, 일이 즐거운 것과는 다르다. 일이 즐거울 때, 고객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 손님이 친구를 데리고 오는 즐거운 분위기


단골손님을 만드는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우선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와야 한다.

내가 믹솔로지를 처음 방문한 건 2017년 4월이었지만, 자주 가기 시작한 것은 8월 이후부터였다.

우선 칵테일이 정말 맛있었다. 다른 칵테일바에 비해 시그니처 칵테일이 다양했다. 가끔 어떤 곳은 라인업이 다양해도 창의력에만 집중한 나머지 너무 실험적이라 대중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믹솔로지는 재료나 기주가 다양하면서도, 대중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즉,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맛있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명이지만, 바가 거울이라 너무 어두워 보이지는 않고 음악 선곡도 괜찮아 동행한 지인들이 모두 만족했다. 다들 칵테일과 안주 때문에 다시 오고 싶어 했고, D뿐 아니라 S까지도 믹솔로지의 팬이 되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이곳은 손님과의 가장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너무 멀면 손님은 방치되었다 느끼고, 너무 가까우면 부담을 느낀다.

단골손님과 친해졌다 생각해 방심하게 되어 개인적인 부분을 건든다거나, 과도한 영업을 하면 언제라도 고객은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고객이 즐거워하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고객은 다시 방문할 뿐 아니라, 친구들을 데리고 올 것이다.

게다가 종종 이렇게 감동적인 서비스 칵테일까지 받는다면, 고객은 감동할 것이다. 진정한 마케팅은 돈 쓰는 SNS 마케팅보다, 감동한 고객의 입소문이다. 고객이 또 오고, 친구를 데리고 오면 요식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장사의 신>에서 얘기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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