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칵테일
피나콜라다는 바에 가기 전부터 비교적 익숙한 칵테일이었다. 골든 메달리스트와 더불어 TGIF 같은 곳에서 음료처럼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었기 때문이다. 간혹 카페에서 논알코올 버전으로 주스처럼 팔기도 하고, 시중에서 파는 논알코올 주스 중에도 피나콜라다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제대로 마셔본 피나콜라다는 커피 바케이 한남에서였다. 그 전주 토요일이었던 위스키 시음회의 여파로 한동안 위스키는 입도 못 댔기 때문에 가장 가벼운 칵테일인 피나콜라다를 주문한 것이었다. 여러 과일로 구성된 가니쉬가 들어있었다.
그다음으로 마신 피나콜라다는 긴자에서였다. 가츠 샌드를 주문하며 이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골랐는데, 나는 커피 바케이 한남에서 마셨던 순하고 주스 같은 느낌을 떠올리며 피나콜라다를 시켰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도쿄에서 마신 피나콜라다는 매우 독했다. 빛깔은 우유 같은데, 그 속엔 칼날을 품고 있었다.
나중에 커피 바케이 역삼에서 그 이유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피나콜라다를 만들 때 대개 코코넛 시럽을 넣는데, 일본에선 코코넛 리큐르인 말리부를 가득 넣는다는 것이다. 럼에 리큐르까지 더해지니 도수가 셀 수밖에.
긴자에 다녀온 후 며칠 뒤, 과연 커피 바케이 역삼의 피나콜라다의 맛은 어떨까 궁금해져 피나콜라다를 주문하였다.
당시 일본에서 온 바텐더님이 일하고 있었는데, 서울 스타일과 일본 스타일 중에 고르라고 했다. 긴자에서의 맛을 떠올려 보려고 일본식 피나콜라다를 주문했다.
빛깔은 우윳빛이지만 도수가 높았던 긴자의 피나콜라다와, 도수가 낮아 주스 같았던 한남점의 중간쯤이었다.
그 후, 같은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당시 바텐더와 셰프를 겸하고 있었던 분의 알리오 올리오였다.
임시 셰프가 아닌 정식 셰프의 파스타라 해도 괜찮을 만큼 맛있었다. 때마침 바 매니저님이 이 파스타와 잘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했다.
바로 코코넛 크림이 들어간 피나콜라다였다. 보통 다른 바에서는 모닝(Monin)이라는 코코넛 시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커피 바케이 역삼에 코코넛 크림이 입고되어 있어서, 그 어떤 피나콜라다보다 진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었다. 걸쭉한 코코넛 향으로 넘쳐흘렀다.
가니쉬였던 파인애플 한 조각도 깨알같이 맛있었다. 코코넛 시럽이 아닌 크림이 들어가 향이 진할뿐더러, 파인애플 과육도 엄청났다.
D의 동생 C는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있다. 그래서 집에서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거나, 가족여행을 떠나면 종종 칵테일을 만든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은 피나콜라다. 그는 피나콜라다 애호가이기 때문에 코코넛 시럽이 아닌 코코넛 크림을 사용한다. 실제로 코코넛 크림은 시럽보다 비쌀뿐더러, 금방 맛이 변하고 상하기 때문에 한 번 따면 빨리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코코넛 크림을 사용하는 바가 거의 없는 것이다.
믹솔로지에선 피나콜라다에 생크림을 사용한다. 생크림이 들어간 피나콜라다도 부드러움과 맛의 깊이는 코코넛 크림 못지않았다. 다만, 코코넛 풍미는 확실히 코코넛 크림 피나콜라다가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