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내 생애 첫 블루보틀 매장은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유니온 스퀘어점이었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숙소에서 걸어서 북쪽으로 올라오며 로어 맨해튼의 어느 프랑스식 카페에서 비싸기만 한 브런치를 먹고, 단테에서 네그로니로 낮술을 하고 건물이 곳곳에 퍼져있는 뉴욕대학교를 구경하고, 몰스킨 매장에서 선물을 사고 유니온 스퀘어 공원 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최종 목적지는 타임 스퀘어였다.
애초부터 ‘블루보틀에 가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이곳을 목적지로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미국까지 왔으니 언젠가는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이날의 조우는 우연이었다.
2017년 가을 당시에는 블루보틀이 일본에 진출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지금처럼 한국이나 일본에서 쉽게 마셔보기 어려운 때였다. 도쿄에서도 2018년 초까지는 블루보틀 매장의 줄이 너무 길어 커피 한잔 마시기가 어려웠으니 가장 편하고 여유 있게 마시려면 뉴욕에 온 당시에 마시는 게 딱이었다.
한국에서는 마셔볼 수 없고 브랜드에 대한 소문만 횡행하던 때라, 화면에서만 보던 파란 병 로고를 실제로 봤을 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커피도 파란 병에 담아주는 줄 알았다. 막상 받아보니 플라스틱 컵이었지만 투명한 컵에 파란 병 로고가 도장처럼 찍혀 있었고, 빨대의 색도 청명한 파란색이었다. 다들 블루보틀을 커피계의 애플이라 얘기하는데 고가 정책과 독특한 브랜드 로고,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이 애플과 비슷해 보였다.
다들 블루보틀에선 라테를 마셔봐야 한다고 해서 시원한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다른 커피 전문점의 라테보다 고소했다.
심지어 그날 먹었던 모든 음식과 음료를 통틀어 블루보틀 아이스 라테가 가장 맛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까지 깨끗했다. 아마 내가 뉴욕에서 가본 모든 공공장소의 화장실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했다. 좌석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도쿄 신주쿠점이나 서울 성수점 같이 붐비지 않았다. 전혀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좌석은 바 스타일의 높은 의자라 편안한 편은 아니라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테이블과 의자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매장은 도쿄 롯폰기점이었다)
제조음료 외에 가공음료도 파는데 제품 디자인이 예뻐서 하나 사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가라앉혔다. 아이스커피는 캔에 넣어 시원한 느낌을 더했고, 아이스 라테는 우유팩에 넣어, 라테의 고소한 맛이 눈으로도 전해지는 듯했다.
그 후 뉴욕과 도쿄에서 다른 블루보틀 지점을 몇 번 방문했지만, 유니온 스퀘어점이 나의 첫 블루보틀 매장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