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man in the Sun
2018년 8월 11일 토요일
회사를 다니면 때때로 불면증에 걸린다. 특히 일요일 밤이 고단하다. 한 번 잠들기도 쉽지 않지만 겨우 잠들어도 중간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잠에서 깬다.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감기약을 먹고 잠든 적도 많다.
이 모든 건 회사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엔 사람 때문에 힘들었고 근래에는 일 때문에 힘들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지독한 업무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 출근하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골치 아픈 월요병은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돼 일요일 밤이 되면 극에 달한다. 나는 워커홀릭도 아니고 회사 아닌 곳에서 일을 생각하는 건 너무 싫은데, 회사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면 머릿속에서 보고서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주말에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김민철 작가의 신작 <하루의 취향>이었다. 글쓴이는 작가 겸 현역 직장인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글도 몇 편 있었다.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글은 ‘마음 한 톨도 아까우니까’였다.
싫어하는 사람에 마음 쏟지 말기, 싫어하는 것에 애쓰지 말기, 그것을 싫어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기. 물론 이게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 술 마실 때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을 때에도, 멍하니 있을 때에도 아깝지 않은 내 인생이지만, 싫어하는 감정에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만은 참으로 아깝다. 물론 그 사실을 나도 자꾸 까먹고 분개하고, 자꾸 화를 내고, 자꾸 발을 동동 구른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자꾸자꾸 말해준다. ‘저 사람에겐 마음 한 톨도 아깝다’고. - 김민철, <하루의 취향> 160p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를테면 밤에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도 ‘그만 자야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라고 하지만, 사실 아무 생각을 하지 말자는 다짐 자체가 생각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면 머릿속에서 맴도는 활동 자체가 없어야 한다. 회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아무런 감정을 담아서는 안 된다.
회사에 쿨해지고 싶다. 나를 열 받게 하는 사람에 화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례한 사람에게도 감정 안 실은 차가운 목소리로 팩트만 전달하고 싶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다시 평일이 됐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일이 너무 많아 화장실에 갈 시간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엉덩이에 쥐가 날 때쯤 화장실에 갔다. 옆 칸에서 참기 힘든 괴로운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숨을 참았다. 단 1분만 숨을 참으면 괴로운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이 숨을 계속 참는다면 죽겠지만 1분 참는 걸로는 아무 위해도 없다.
그때 느꼈다. 회사에 에너지를, 내 마음을, 내 감정을 쏟지 않는 건 냄새나는 곳에서 숨을 참는 것과 비슷한다는 것을.
숨을 참는 법을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길게 보면 내 인생에서 아주 적은 지분만 차지할 그런 일들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 무엇도 내 마음에 티끌 하나라도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