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동 쇼콜라 디제이
차갑게 시작하지만 뜨겁게 끝나는 것
작업실과 미니바를 겸하는 쇼콜라 디제이의 테이스팅 코스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사장님이 직접 만든 바닐라, 초콜릿, 얼그레이 아이스크림은 반구형이라 온더락 잔에 담긴 얼음을 쏙 빼닮았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진, 혹은 위스키를 한 샷 넣어 아포가토처럼 먹는다.
잠이 안 올 때 먹으면 금방이라도 단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위스키 봉봉. 사장님은 그것을 침대 옆 나이트 캡으로 표현하셨다. 마치 자리끼처럼.
핫초코에 리큐르나 진을 부어 마실 때쯤, 이곳의 초콜릿은 그 어떤 것보다 뜨거운 존재가 된다.
가끔 열을 식히고 싶을 때면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내 안의 열정이 죽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느낄 때는 핫초코에 진을 넣어 마신다.
이곳은, 약국은 아니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결핍을 처방하는 곳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초콜릿의 달콤함 덕분에 좁은 테이블에 합석하여 진과 위스키를 만난다.
가게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매번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여행을 온 것처럼, 견문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쇼콜라 디제이에서 느꼈던 인상처럼, 술은 차갑고 뜨거운 어떤 것이다. 가끔은 진토닉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칵테일이 좋지만, 또 어떤 때는 추위를 녹이는 듯한 바이주의 따뜻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