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여행
12년만의 제주 여행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서귀포 여행이다. 서귀포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12년만의 김포공항은 버스터미널 같았다. 국내선을 탄지 너무 오래되어 심지어 여권까지 가지고 왔다.
엔제리너스에서 친구는 샌드위치를, 나는 커피를 마셨다. 다행히 커피를 든 채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음악 몇 곡 듣다보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뚜벅이 여행자라 렌트카샵 대신에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들 렌트카를 타러 갔는지 버스는 휑했고,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맙소사, 리무진 버스의 한국인은 거의 우리뿐이었다. 대개 중국인들이었다. 게다가 공항 주변의 상점은 명나라 동네라고 불리는 명동을 방불케 했다. 많은 가게에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 간판이 걸려있었다. 그냥 중국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다.
"중국 여행 온 것 같지 않아?"
"우리 중국으로 어학 연수 갈 필요가 없겠다. 그냥 명동이나 제주도 가면 되겠어."
이제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중국어를 배우는게 시급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보이는 정경이 그리 낭만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진 않았다. 제주가 큰 섬이라 그럴수도 있겠다. 그리스의 에기나 투어버스에서 느낀 감상과 비슷했다.
공항버스는 중국인들을 가득 태우고 제주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중문관광단지쪽에서 많은 이들이 내렸다. 우리는 거의 종점 근처인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시외버스터미널에 시외버스들이 모일 것이므로 교통이 편리하다 생각하고 근처 숙소를 예약했는데, 실제로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탄건 한 번 뿐이었다. 숙소 시설은 깔끔하고 나쁘지 않은데 접근성은 떨어지는 약간 외진 위치이다. 이곳은 서귀포 신시가지인데, 최근 공기업 등이 들어오며 개발되는 것 같다. 서귀포시 주요 시내 관광지는 올레시장, 이중섭거리가 있는 구시가에 있다.
리무진 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의 바로 옆인 이마트에 하차했고, 바로 택시를 잡아 라마다 앙코르 이스트 호텔에 도착했다. 라마다 앙코르 서귀포와 라마다 앙코르 이스트는 길을 하나 두고 서 있다. 앙코르 이스트가 더 나중에 지어졌다. 앙코르 서귀포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고, 앙코르 이스트에는 테이크 어반 카페가 있다. 지하에는 썩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우리 숙박엔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방문하지 못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쇠소깍으로 출발했다. 뚜벅이 여행자이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호텔이 언덕이 있어서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니 섬과 바다가 하늘에 떠 있는 듯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