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카페 컴플렉스
9-10월의 마지막 휴일, 10일 9일. 이번 주 금요일에 볼 축구경기 티켓을 사전 발권하러 성산동까지 갔다.
아침에 먹었던 사과 반 개로는 너무 배가 고파서 버스를 타고 성산 2교를 넘어 연희동에 가서 꼬막비빔밥을 먹었다. 참기름의 고소함, 청양고추의 매콤함, 양념장의 감칠맛을 기대했지만 첫 숟갈만 맛있고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지구력’이 떨어지는 맛이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더니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마침 연안 식당과 걸어서 5분 거리에 메뉴 팩트 커피가 있었다.
그러나 카페 공간은 매우 협소했고 손님은 많아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그러나 괜찮다. 넘쳐나는 건 시간이었다.
여긴 서쪽이고, 집은 동쪽 끝이라 큰 맘먹고 오지 않으면 절대 올 수 없는 동네였다. 걸어서 골목 구경이나 할 겸 이참에 연남동까지 걸을 참이었다. 스콘이 맛있다는 카페 스콘이란 카페를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니 외국에 가지 않았는데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게 카페가 많은 골목길을 걷는 매력인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꽤 큰 2층 집을 개조한 카페 스콘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 역시 만석이었다. 만일 진짜 여행이었다면 연속으로 허탕을 쳐서 조마조마했겠지만 오늘의 나는 여행자를 가장한 생활자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플랜 A가 안 되면 플랜 B가, 플랜 B가 안되면 C가 있었다. 오늘의 플랜 C는 경의선 숲길 방향에 있는 카페 컴플렉스였다.
LP판과 CD, 이름 모를 외국책이 굴러다니는 레트로 한 카페였다. 여긴 그전에 만났던 다른 카페에 비해 훨씬 한산했다.
테이블은 5-6개 정도지만 모든 자리를 다 활용하면 최대 20명까진 앉을 수 있어 보이는 카페였다. 만석은 아니었지만 손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손님이 자리가 없어서 나가진 않을 만큼 테이블이 차 있었다. 참 절묘한 회전율이었다. 누군가 들어오면 누군가 나갔다. 언제나 한 테이블 정도는 비어있어서 이미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빨리 마시고 나가야겠다는 부담을 주지 않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음료인 이탈리안 카푸치노는 풍부한 우유 거품에 카카오 분말이 가득 뿌려져 있었는데 이탈리안 티라미수 케이크와 잘 어울렸다.
콘크리트와 흰 페인트가 뒤섞인 공간을 밝히는 붉은 등. 조용하다면 조용한 곳이다. 그 누구도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없이 소곤소곤 얘기했다. 안락한 의자는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만석 행렬 끝에 나의 카페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