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폴스타(Polestar)
바 이름의 '스타'처럼, 별 모양의 초가 빛난다. "바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이에요."라고 말하는 듯.
시원한 하이볼을 마시고 싶어서, 가츠 샌드와 잘 어울릴만한 하이볼을 주문했다. 나는 글렌모렌지 라산타 하이볼을, D는 탈리스커 10년 하이볼이었다.
그런데 하이볼은 의외로 기대 이하였다. 탄산 감이 적었기 때문이다. 진으로 비교하자면, 나는 진토닉을 좋아하는데 여긴 진 피즈를 내어준 셈이다. 탄산이 없는 하이볼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동네 삼겹살집에서 만드는 값싼 하이볼이 더 맛있었다.
커버 차지 등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폴스타를 종종 생각나게 만든 건 보스턴 쿨러 때문이었다. 럼과 진저에일의 환상적인 조화였다. 하이볼이 맛이 없었지만, 이 보스턴 쿨러 때문에 1년 반 후에 재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럼에 레몬주스가 들어간 보스턴 쿨러는 너무 달거나 너무 신 경우가 많다. 잘못하면 값싼 음료 같은 맛이 나는데, 폴스타의 보스턴 쿨러에서는 품위가 느껴졌다. 이곳의 자랑인 안주, 가츠 샌드 혹은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정말 잘 어울리는 내가 생각하기에 폴스타 최고의 칵테일이다.
내가 새콤한 맛을 좋아한다고 하니 극강 시트러스 칵테일이라고 추천한 Pampelmuse. 레몬과 자몽의 조합으로 눈이 찡그려질 만큼 상큼한 칵테일이다.
싱가포르 슬링의 원조 ‘래플스 호텔’의 레시피로 만든 래플스 슬링. 레시피가 간략해진 일반 싱가포르 슬링보다 술과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가격이 3,000원 정도 비싸다.
긴자에서 마셨던 래플스 슬링보다 훨씬 걸쭉하고 맛있었다.
폴스타의 메인 안주 가츠 샌드. 양은 꽤 두둑하다. 식빵도 부드럽고 쫄깃한 게 꽤 맛있었다. 그러나 고기가 약간 질겨서 조금 아쉬웠다.
긴자의 발그레한 분홍빛 가츠 샌드가 그리웠다.
그러나 '마구로와 아보카도 딥'은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참치와 아보카도가 이처럼 찰떡궁합일 줄 몰랐다. 그리고 참치가 연하고 맛이 진한 것이 잘 숙성된 선어회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카레라이스와 인도 카레의 관계처럼 어느 나라가 종주국인지 좀처럼 알 수 없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정작 이탈리아 본국엔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통 토마토소스가 아닌 케첩으로 간을 해서 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일본이 원조나 마찬가지이다.
항상 얘기만 듣고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던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주문하자, D는 실망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절대적으로 맛이 있기보다는 추억의 맛으로 먹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곳의 나폴리탄은 거품일지 몰라도 폴스타의 나폴리탄만큼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 웬만한 아라비아타보다 맛있는 나폴리탄 스파게티였다. 오리지널 레시피인 소시지 대신에 베이컨이 들어가 좀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났던 걸까. 기호에 따라 첨가하라고 파마산 치즈 통까지 주는 배려심도 마음에 들었다.
긴자의 바를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폴스타. 가츠 샌드는 긴자의 오리지널보다 아쉽지만 칵테일은 긴자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했다. 안주와 보스턴 쿨러만으로도 다른 바들과 구별되는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