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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18. 2018

엄마의 취향

오사카, 그리고 교토

비가 오는 도톤보리강, 2018년 11월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은 비가 오다 안오다 했다.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나라에 갔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니시 신사이바시에 도착했다.

꼬치구이 맛집으로 유명한 밧텐 요카토

그나마 덜 북적대는 도톤보리 서쪽의 밧텐 요카토에 갔다. 꼬치구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이 넓은 편이 아니라서 우리가 들어가자 바로 만석이 되어버렸다.

꼬치를 굽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명당이었다

테이블이 아닌 바 자리였다. 의자는 높고 공간은 좁아 가방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꼬치를 불판에 올리고 뒤집은 뒤에 접시에 내가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나름 명당 자리였다.

밧텐 요카토의 다양한 꼬치 구이

무엇보다 마법의 소스 덕에 음식 자체가 맛있었다. 메뉴도 다양해서 꼬치 종류는 어림 잡아 20종 이상은 되는 것 같았고, 그 외에 소바나 탕 등의 안주도 곁다리로 구비하고 있었다. 나는 다음에 오사카에 와도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데 엄마에게는 위시리스트가 아닌 ‘다시 오지 않을 리스트’에 있었나보다. 아무래도 흡연석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꼬치를 구울 때 나는 연기가 불편하셨던 것 같다.

보테쥬에서 먹은 쿠시카츠

엄마는 오히려 오코노미야키 체인점인 보테쥬에서 먹은 쿠시카츠를 더 좋아하셨다. 쿠시카츠는 오사카에서 유래한 튀김꼬치 요리이다.

마요네즈를 찍어먹을 때 가장 맛있었던 쿠시카츠

엄마는 튀김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시고, 이 식당은 심지어 쿠시카츠 전문점도 아니었다. 그런데 엄마가 꼬치전문점인 밧텐 요카토보다 이 식당을 좋아했던 이유는 깔끔함과 안락함, 가성비 때문이었다.

도톤보리의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보테쥬

이를테면 서울에 여행와서 놀부부대찌개에서 식사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놀부부대찌개의 부대찌개가 꽤 맛있는 것처럼, 보테쥬의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의 맛도 준수했다.

교토 아라시야마의 가정식 부페, 갸테이

엄마의 취향은 담백한 자연식으로, 교토 아라시야마에서 구글맵으로 검색해 우연히 들어갔던 갸테이라는 가정식 부페 식당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셨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하며,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이었다.

밧텐 요카토, 니시 신사이바시, 2018년 11월

아쉽게도 오사카의 이름난 맛집들은 포장마차 분위기라 엄마의 취향에서 벗어났다.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뒷골목, 낡은 사철이 지나가는 도시와 시골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오사카보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며 고풍스러운 교토를 좋아하셨다. 즉, 오사카는 엄마 스타일이 아니었다.

간사이 지방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가능한 교통카드, ICOCA

그래서 이제 오사카는 다시 오지 않으시겠지, 하며 내 교통카드만 남기고 엄마의 ICOCA는 반납했다. 그런데 나중에 말씀하시기를 교통카드를 환불했을 때 조금 아쉬워하셨다고. 그래서 내가 “엄마 오사카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라고 했더니 웃으시며, ‘황의조 선수 경기를 보러 또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축구경기를 봤던게 가장 재밌긴했다. 결국 엄마의 여행 취향은 식도락이 아닌 축구였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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