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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ul 02. 2019

낮술 애호가의 에어프랑스 탑승기

좌석 간격은 좁으나 주류가 다양한 에어프랑스

생애 처음으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왔다. 이번 파리 여행에 에어프랑스를 타고 갔기 때문이었다. 에어프랑스 탑승도 생애 처음이었다.

얼마 전에 대한항공으로 해외출장을 가느라 제2터미널을 이용했던 선배는 시설이 1 터미널과 대동소이하다고 했지만, 난 그 미묘한 차이를 느꼈다. 새로 지어서 전반적으로 깨끗했고, 화장실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출항 항공사가 적으니(물론 초기에 비해 늘었지만) 인파로 붐비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 보안검색도 순식간에 끝났다. 위탁수하물 체크인 무인화도 성공적이었다.

제1터미널보다 거리가 더 멀어 자동차로 10분, 공항 리무진 버스로는 20분 더 걸린다는 것 외엔 2 터미널이 나았다.

마티나 라운지 /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2019년 6월

비행기 탑승 전까지 마티나 라운지에 머물렀는데, 스크린으로 각 게이트별로 탑승상태를 알려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에어프랑스는 공식 보딩 시간 1시간 전부터 Go to Gate라고 표시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혹시 셔틀 트레인이라도 타는 곳이라 게이트에 일찍 가라는 걸까 걱정했는데, 라운지를 나와 근처의 공항 근무 직원에게 물어보니 라운지와 매우 가깝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그저 에어프랑스가 부지런한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Go to Gate 표시가 빠른 만큼 탑승 절차도 신속했다. 예정된 보딩 시작 시간에 맞춰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절대 지연이나 연착이 없는 항공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신속함과 부지런함은 인천공항에서만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정도가 심한 건 아니지만) 20분 지연되었다.

에어프랑스를 타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얘기를 일찍이 들었기에, 의자 간 간격이 좁을 거란 건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했을 때이지, 영국항공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의자가 더 많이 배치되어 있으니, 우리나라 국적기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겠지 생각했다.

비록 의자 간격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의자의 색깔은 예뻤다. 승무원들도 친절한 편이었다. 특히 스튜어디스분들은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키 크고 호리호리하고 은근한 카리스마 있는 멋진 여배우들을 만난 것 같았다.

다만 아쉬웠던 건 기내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은 것 정도였다. 그리고 비행을 마칠 때쯤이면 하수 탱크 용량 때문인지 아무리 버튼을 내려도 물이 완전히 내려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탄 장거리 여행 중, 하수 탱크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영국항공이었다.

긴 비행시간 동안 영화나 볼까 했는데, 아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 오직 눈에 익은 거라곤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과 <보해미안 랩소디> 정도. 한국 영화는 <창궐>과 <암수 살인> 뿐이었는데, ‘암수 살인’은 이미 봤고 ‘창궐’은 보고 싶지 않았다.

국외 항공사의 기내 영화 서비스는 에어 프랑스보다는 에티하드나 영국항공이 나은 것 같다. 1년 전 영국항공을 탔을 땐 레이디 맥베스를 보며 갔었다.

결국 이번엔 기내 영화가 아닌, 내 휴대폰에 미리 다운로드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여타 항공사처럼 이륙 전의 안전 안내를 기내 영상으로 대체했다. 아나운서가 불어와 영어로 설명했다.

동체에 카메라가 달려있어서 이착륙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에어프랑스 기내식 메뉴 / 2019년 6월

타자마자 메뉴 카드와 함께 향기 나는 일회용 물수건을 나눠줬다.

이륙 후,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면 바로 식전 음료를 서빙하기 시작한다. 정말 좋았던 건 식전주로 샴페인을 제공하는 점이었다. 나는 왕복 비행에서 모두 식전 음료로 샴페인을 골랐다. 샴페인을 줘서 너무 좋았는데 생각보다 파리 가는 비행기에선 마시는 사람이 적어 놀라웠다. 그래도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너도 나도 샴페인을 마시더라. 결국 스튜어디스는 수 차례 샴페인 병을 땄다. 식전 음료를 줄 때 프레첼 류의 작은 간식 봉지도 함께 준다.

프로방스풍 닭고기 요리와 화이트 와인

그 후 정식 식사 시간에는 화이트 와인을 선택했다. 프랑스 요리를 선택했더니 바게트도 나왔다. 다소 딱딱하긴 했지만 맛있었다.

사진엔 없지만 식후 음료를 고를 수 있었고, 난 홍차를 마셨다. 복숭아 가향 홍차였다.

마지막 식사는 ‘프랑스식’, ‘한식’을 선택할 여지없이 모두 서양식으로 통일이었다. 메뉴카드엔 저녁식사라고 되어 있었지만, 파리 현지 시간은 당시에 아침에서 낮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으므로 체감상 아침 식사였다.

돌아오는 비행 편에서도 프랑스 요리와 각종 주류들과 함께였다.

식전주로는 샴페인은 당연하고, (알코올은 아니지만) 칵테일바 때문에 익숙해진 진저에일을 마셨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식을 고르지 않고 프랑스 요리를 선택했던 이유는, 한식은 돼지고기였고 프랑스 요리는 닭고기로 조리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는데, 이 ‘묽은 소스에 담은 치킨’이란 요리는 마치 한식의 닭고기 간장조림과 비슷하여 한국인 입맛에도 굉장히 잘 맞았다. 오른쪽의 ‘순무우와 당근 듀오 샐러드’도 상큼해서 입가심이 되었다. 이 식사도 화이트 와인과 함께였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건, 식후 디저트 음료로 커피와 차 외에 코냑도 있었다는 것이다. 코냑에 대해 문외한이라, 난 처음 보는 코냑이었지만 나름 VSOP 등급이었다. 이 코냑 덕분에 부족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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