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임바이브
나는 청량한 칵테일을 좋아한다. 잔이 작은 숏 칵테일보다는 하이볼 글라스에 가득 담겨 훌훌 마실 수 있는 롱드링크 칵테일을 좋아하고, 덜 달면서 신맛이 두드러지는 상큼한 칵테일을 선호한다. 즉, 샴페인이나 와인, 진, 화이트럼, 보드카를 베이스로 하면서 과일이 들어간 것이 나의 칵테일 취향이다.
그중 진토닉은 처음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했던 2016년 여름부터 꾸준히 좋아했던 롱드링크 칵테일이었다. 진토닉은 Gin and Tonic이라는 이름처럼 드라이 진에 토닉 워터를 섞은 것으로, 생라임의 맛과 향이 토닉 워터의 씁쓸한 맛과 잘 어울린다.
자몽은 시면서도 쓴맛이 있는 과일이라 시큼 쌉싸름한 토닉워터와 잘 어울려서, 라임 대신 자몽을 넣은 진토닉을 자주 마셨다. 처음엔 진토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가 자몽이라, 자몽 진토닉 때문에 진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라임이나 오이가 들어간 진토닉을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한창 진토닉에 빠졌을 때는 진을 보틀로 구입해 여럿이서 진토닉만 마신 적도 있었고, 여행을 떠나면 그 도시에서 칵테일을 마실 때 꼭 진토닉을 주문하곤 했다.
반면, 진피즈는 좀처럼 마시지 않았던 칵테일이었다. 진토닉을 처음 마실 때쯤 진피즈도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탄산 빠진 음료 같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진피즈가 진토닉과 다른 점은 라임 대신 레몬이, 토닉워터 대신 소다수가 들어가고 셰이킹을 한다는 것이다. 진피즈가 끌리지 않은 이유는, 토닉워터의 씁쓸함이 없어서 맛이 심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마신 진피즈는 내 기억 속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칵테일이었다. 임바이브의 진피즈에는 레몬 슬라이스가 아니라 레몬 필이 들어갔는데, 잔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지 않아도 상큼한 향기를 내뿜었다. 마치 생레몬으로 만든 향수 같았다. 탄산 감도 생생했다. 레몬을 칵테일이란 언어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진피즈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이날의 경험으로, 이젠 진피즈를 진토닉보다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