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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Oct 13. 2019

위스키를 마시러 코블러로

영화 <소공녀>의 촬영지 코블러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 미소가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

영화 <소공녀>를 보았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집’을 포기하고 자신의 취향인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공녀>에 등장하는 위스키

이 영화는 한 편의 긴 위스키 광고 같다. 단순히 주인공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기에는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위스키를 마시지 않고 칵테일을 마셨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위스키가 마시고 싶어 졌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니, 마시면 배가 따뜻해지는 위스키가 그리워지는 것 같다.

‘위스키’를 마시려니 떠오르는 곳이 있다.

<소공녀>의 촬영지인 ‘코블러’. 가게의 이름이 보인다

이 영화를 촬영한 ‘코블러’이다. 경복궁역 옆 내자동의 좁은 골목길의 한식당 틈에 위치한, 한옥을 개조한 칵테일바이다.

자리에 앉으면 제공되는 코블러 파이와 넛츠. 커버차지는 없다

외국인이 관광지로 많이 찾는 경복궁 근처에 있어서 외국인 손님도 종종 오는 것 같고, 내국인에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기본 안주로 직접 만든 코블러 파이가 나오는데, 2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체리파이였고 지금은 시나몬이 들어간 애플파이인 것 같다. 손이 많이 가는 웰컴 푸드임에도 커버 차지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코블러에서 마신 아메리칸 위스키 / 2019년 10월

칵테일이 유명하지만 위스키의 종류가 다양하고 다른 몰트바에 비해 가격대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 좋았다. 이곳에선 항상 아메리칸 위스키를 마셨던 것 같다.

위스키 한잔을 시킬 때마다 고기 두점이 나온다

하지만 이곳에서 위스키를 마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장점은 코블러만의 특별한 안주이다. 위스키 한 잔을 시킬 때마다 불맛이 묻어나는 소고기 두 점이 나온다. 덤으로 받는 고기인데도 퀄리티가 상당해,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위스키를 추가로 시켜도 잔에 비례해서 고기가 계속 나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이러다가는 고기 때문에 위스키를 계속 시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의사항


영화에서는 주인공 미소가 가게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실제로는 금연이다.

미소가 항상 마시는 그 위스키는 글렌피딕인데, 정확한 가격은 모르지만 실제 한 잔 가격은 12,000원이 아닐 듯하다. 미소가 가계부를 쓰는 장면은 2014년이기 때문에 당시 물가를 반영하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도 다음 해에 가겟세가 올라서 위스키 가격이 잔당 2,000원이 올랐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기가 매우 많은 곳이라, 오픈 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바가 만석이 되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최근에 오픈 시간인 7시에서 4-5분을 넘겨 도착했는데, 바에 딱 두 자리가 남아있어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못 앉을 뻔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바가 만석이 되는 바람에 당황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놀랄 만큼 고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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