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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03. 2019

토요일에 만나요

토요일에만 열리는 낮술 시음회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곡이 있다. 갑자기 그 노래의 멜로디가 떠올랐는데 정작 무슨 요일이었는지를 잊어버렸다가, 노래를 들어보려고 다시 검색해봤다가 금요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첫잔은 하이볼로 / 5,000원

노래를 다시 들어보기 전에는 이 곡의 제목이 ‘토요일에 만나요’인 줄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최근에 매주 토요일마다 낮술을 하느라, 토요일이란 단어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논현동에서 낮에도 가게를 연 것은 한 달 정도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주말에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오랜만에  마신 인도 위스키 암룻. 피트한 맛은 처음 마셔봤다

처음엔 토요일 아침에 학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학원으로 가는 길은 출근길과 100% 일치해 마치 평일의 연장선 같았다. 그러나 학원에 가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러 사가는 차가운 커피 한 잔과, 학원이 끝난 뒤에 논현동까지 걸어가 착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위스키 몇 잔이 소소한 행복이 된다. 아침의 커피와 낮의 위스키를 떠올리며 힘내서 학원에 나갈 수 있다.

몽키47 진토닉 / 4,000원

평일엔 첫 잔으로 진 피즈를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토요일만큼은 항상 처음에 하이볼로 시작한다. 평소엔 막잔으로 레몬그라스 다이키리를 마시지만, 토요일엔 몽키 47 진토닉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낮술 시음회 덕분에 오랜만에 마신 야마자키 12년

첫 잔과 막잔의 사이엔 위스키를 마신다. 서울 그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착한 가격으로 15미리씩 위스키 시음을 할 수 있어서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마셔보는데 부담이 없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많은 위스키를 조금씩 마셔보며 나의 취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엔 버번 캐스크가 좋아졌다는걸 토요일의 낮술로 깨달았다

예전엔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가 글렌파클라스 105였다. 캐스크 스트랭스처럼 도수도 강하고, 진한 맛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엔 색이 진하고 향이 강한 위스키보다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맛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 쉐리 캐스크보다는 버번 캐스크가 좋아졌다.


낮술 시음회에서 옆에 앉아있던 손님이 알고 보니 인스타 친구 중 한 명이었고, 혹은 블로그 이웃이기도 했다. 두 차례 연속 반가운 분들을 뵀다.

환한 하늘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 / 2019년 10월

7호선을 타고 돌아가는데,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역으로 향할 때 아름다운 한강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데 바깥세상이 아직도 환한 게 낮술의 묘미 아닐까. 또 반가운 분들을 토요일에 만날 수 있기를,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를 토요일에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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