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시먼딩
첫 대만 여행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인지라, 순식간에 마지막 여행지로 갈 시간이 되었다. 후보지로는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딩과 각종 보물의 보고라는 고궁박물원이 있었다. 당시 최악의 선택을 했다. 대만의 명동 시먼딩이라니, 명동은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냉방도 잘되고, 먹을거리는 많았으나 정말 특색 없고 볼거리 없는 곳이었다.
우리는 시먼딩을 서성이다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더운 날씨에 냉방이 빵빵해 천국이 따로 없었다. 특이하게 연잎밥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무료하고 피곤했던 우리는 스타벅스 테이블에서 엎드려 낮잠을 조금 자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전날, 관광지나 마찬가지인 딘타이펑에서 식사했던 것과 달리, 이날 점심은 그냥 눈에 보이는 곳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었다. 덕분에 이곳은 정말 로컬 식당 그 자체였다.
특이하게 반찬 비슷한 것들을 뷔페처럼 골라 오는 식당이었다. 물 대신 주는 차도 돈을 받고, 맛없는 각종 반찬, 심지어 짜사이 같은 것들도 돈을 받았다.
신기해서 여러 음식들을 주문했던 것 같은데 위에 있는 딤섬 말고는 모두 실패했다. 딤섬 오른쪽 접시는 만두가 아니라 닭요리다. 닭의 껍질과 갈린 뼈, 골수가 느껴지는 정말 끔찍한 음식이었다.
지금 봐도 토 나올 것만 같은 우육면이다. 뭔가 비위 상하는 맛이었다. 대만은 우육면이 유명하다기에 고른 메뉴였는데. 이곳이 음식이 맛없는 건지, 원래 우육면이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이곳의 우육면이 끔찍하여 트라우마가 생겨 더 이상 우육면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중국 음식에 내성이 강한 은희도 이곳의 음식에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덧,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고, 공항버스를 찾기까지 많이 헤맸다. 넉넉하게 출발했으니 다행이지, 빠듯했더라면 헤매느라 비행기를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부한 장소지만 머나먼 고궁박물원에 방문한 것보다는 시먼딩에 간 게 나았다. 나름 10년 동안 잊지 못할 음식에 대한 추억이 생겼으니 말이다.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고, 면세점에서 몇 개의 기념품을 사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에 도착하니 밖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고,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리무진에 탔다. 그리고 당시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우리는 월요일인 다음날 학교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