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더플라잉 팬 레드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건 2014년 여름이었다. 주말마다 강남역의 학원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친하게 지냈던 강남역 근처에 살던 친구가 브런치를 먹자고 했다. GT 타워 지하에 있는 ‘더플라잉 팬 레드’라는 브런치 카페였다. 지하에 있는데도 하늘과 맞닿은 뚫린 천장으로 하늘이 보였다.
맑은 날엔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야외 테이블 의자들은, 파리에 갔을 때 수많은 노천카페에서 봤던 체크무늬 직조풍의 의자와 비슷했다.
사무실이 강남역 쪽으로 이전된 후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이곳을 방문했다. 점심, 저녁 가리지 않았다. 인파가 드문 저녁 시간에 바 자리에 앉아 맥주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헤밍웨이라도 된 것처럼, 술을 마시며 글을 끄적이기도 했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백인 남성 두 명이 야외 테이블에서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봤다. 셔츠를 입은 걸 보니 여행자는 아닌 것 같고, 근처에서 일하는 외국인인 듯싶었다. 회사에서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 건 일상이지만, 외국인이 노천에서 식사를 하는 걸 보니 여행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짧은 한 시간의 점심시간만이라도, 휴가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한동안 이곳을 잊고 살다가, 올해 2월에 오랜만에 동기 언니와 함께 방문했다. 우리가 예전에 자주 먹었던, 크림소스에 고추장이 들어간 버섯 매콤 크림 파스타와 오믈렛을 먹었다.
열 번 이상을 왔음에도 오믈렛을 먹은 건 처음이었다. 매번 먹던 메뉴만 먹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풍성한 계란과 구운 체리 토마토, 고소한 버섯과 신선한 녹색 채소에 리코타 치즈가 올라가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 C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만점의 메뉴였다.
그다음 달에도, 승격 턱을 사러 이곳을 방문해 오믈렛과 소고기가 들어간 버섯 리조또를 먹었다. 4월이 되니 다시 밖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다시 봄이다. 전염병 유행 때문에 여행도 못 가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뻥 뚫린 천장 사이로 잔뜩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파리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