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기타구 타쿠야
오사카 여행 시 우메다 쪽에 머무를 경우 저녁식사 장소로 꼭 추천하는 곳은 돈카츠를 파는 주점, 타쿠야이다. 술의 종류가 많고 돈카츠 외 기타 안주도 많아서 돈카츠 식당보다는 돈카츠를 메인 안주로 파는 주점에 가깝다.
영어가 통하지 않고 (심지어 영어 메뉴도 없다), 음식에 가격표도 달려있지 않으며, 가게가 협소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검은 빵가루에서 오는 시각적 강렬함과 혀에 닿는 바삭한 촉감, 찹쌀떡 같이 말랑하고 부드러운 육질은 비싼 값을 주더라도 경험해볼 만한 것이다.
술의 종류는 사케와 정종, 생맥주부터 스파클링 와인, 카시스 우롱, 캄파리 소다 등의 심플한 칵테일까지 다양했다. 하쿠슈나 야마자키 위스키로 만드는 하이볼도 있었다. 샴페인을 잔술로 마실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커버차지가 있어서인지, 웰컴푸드가 꽤 추짐하게 나온다. 연근, 완두콩, 감자, 오이, 포르치니딥, 먹물식빵, 스프, 돼지고기, 말린과일이었던 듯. 양이 많지는 않아도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스프가 특히 맛있는데 엄청 알이 큰 통후추가 들어갔다.
전석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는 커녕 자리에도 앉을 수 없다.
한참을 기다려 먹은 히레카츠와 도로카츠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다. 검은 빵가루에 선홍빛 속살부터가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줬다. 오징어 먹물이 들어가 까무잡잡한 (마치 돼지바의 가루를 닮은) 빵가루는 고소하면서도 바사삭 사그라들었고, 쫄깃한 식감은 찹쌀떡 같았다.
부드러운 질감은 히레카츠가 드라마틱했고, 항정살로 만든 도로카츠는 육질을 씹을 때마다 오도독하는 특이한 식감을 가졌다.
상상할 수 없었던 맛이라 오사카를 떠난 후에도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아마 다시 오사카에 가도 또 찾게 될 듯하다. 그 어떤 술보다도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잘 어울리는 식사(누군가에게는 안주)였다.
타쿠야는, 돈카츠가 이렇게 맛있음에도 방문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라 했다. 그 이유는 손님에게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접객이 불친절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에 불친절하다. 음식에 가격표가 없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돈카츠며 술의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지 못한다. 샴페인의 경우는 주문하기 전에 물어봐서 한잔에 2,000엔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모든 걸 다 일일이 물어보기엔 눈치가 보여서 쉽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봐도 아무도 가격을 물어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렇다 해도 체면을 차리느라 계산 직전에야 영수증을 확인하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청구됐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