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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un 10. 2019

가츠 샌드를 찾아서

도쿄식 가츠 샌드와 오사카식 가츠 샌드

가츠 샌드는 말 그대로 돈카츠 샌드위치이다. 샌드위치 안에 감자 샐러드나 햄, 야채 대신에 큼지막한 돈카츠 하나가 들어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츠 샌드를 파는 곳이 많아졌지만, 내가 처음 그것을 먹어본 곳은 가츠 샌드의 고향, 일본에서였다.



#1 긴자 커피 바케이에서의 가츠 샌드 입문
커피바케이 긴자의 가츠샌드와 싱가폴 슬링 / 2016년 9월

가츠 샌드를 처음 먹은 건 D와 함께한 긴자 바 투어​에서였다. 그날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긴자의 커피 바케이었는데, 저녁식사로 가츠 샌드를 주문했다.


뽀얀 식빵 사이에 잘 튀겨진 돈카츠가 있었다.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인데도 마치 레어 상태 같은 붉은기가 보였다. 이제는 덜 익힌 듯 보이는 돼지고기에도 기생충 감염 등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두꺼운 육질 사이로 육즙이 배어 나왔다. 말랑말랑한 생 식빵과 잘 어울렸다. 소스도 훌륭했다. 딱히 튀지 않는 소스였으나, 한 걸음 물러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1년 후 다시 먹으러온 커피바케이의 가츠샌드 / 2017년 5월

다음 해, 혼자 도쿄를 다시 방문했는데 도착하자마자 가츠 샌드 생각이 났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가츠 샌드를 먹으러 커피 바케이 긴자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그곳에 간 궁극적인 이유였던 가츠 샌드를 주문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배고픈 상태에서 먹었음에도, 처음 D와 함께 먹었을 때의 감동보다는 못했다.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 긴자 디 하트맨의 환상적인 가츠 샌드
디하트맨, 긴자 / 2018년 5월

그렇게 커피 바케이 긴자점의 가츠 샌드에 조금 실망했을 무렵,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했다. 누군가가 긴자의 디 하트맨이란 곳의 가츠 샌드가 더 맛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사실 커피 바케이 긴자점과 디 하트맨은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디 하트맨이 원조격이라고 했다.

디하트맨의 가츠샌드 / 보드카 베이스의 모스코뮬

칵테일은 평범했으나 가츠 샌드의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칵테일 바이지만 본업이 술이 아니라 가츠 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입에 넣기도 힘들 정도로 두툼한 가츠가 들어 있었지만, 고기가 두꺼움에도 불구하고 잡내가 전혀 없었고 육질도 부드러웠다. 한입 먹고 반해버렸다. 명성은 배신하지 않았다.

한국어 메뉴도 구비되어 있다 / 2018년 5월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지, 한글 메뉴판도 있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다음 도쿄를 방문했을 때도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안타깝게도 공휴일이라 휴무였다. 그 이후에도 다른 장소들에서 가츠 샌드를 먹어보았지만 디 하트맨처럼 맛있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곳은 내가 먹어본 가츠 샌드 중 가장 맛있는 것을 파는 가게이다. 다만 공휴일에 쉬는 경우가 있으므로 방문 전 전화로 문을 열었는지 확인하기를 권한다.



#3 서울에서 만나는 도쿄식 가츠 샌드 폴스타


도산공원의 폴스타는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가츠 샌드로 입소문을 탔다.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긴자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가츠 샌드의 맛도 긴자와 같을지 궁금했다.

가츠샌드와 보스턴 쿨러

가츠 샌드와 잘 어울릴만한 칵테일로 보스턴 쿨러​를 골랐다. 럼과 진저에일이 들어간 칵테일로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밸런스 최적의 한 잔이었다.


가츠 샌드는 양이 꽤 많았다. 도쿄의 가츠 샌드보다 고기가 두툼하고 샌드위치 개수도 많아 양에서는 우위를 점했다. 식빵에도 신경을 썼는지 빵의 질감이 부드럽고 쫄깃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고기가 도쿄에서 먹었던 것보다 다소 질긴 게 아쉬웠다. 도쿄식 가츠 샌드는 양념이나 소스가 적기 때문에 고기의 맛과 부드러움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 같았다.



#4 서울에서 맛보는 오사카식 가츠 샌드 임바이브


논현동의 임바이브는 간사이식 칵테일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의 바 마스터는 오사카 우메다의 바 히라마츠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시다.

도쿄에서 마신 위스키와 오사카에서 마신 과일칵테일

도쿄와 오사카의 근본적인 칵테일 스타일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도쿄를 방문할 땐 주로 클래식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마셨고, 오사카에 갔을 땐 과일 칵테일을 마셨다.


두 지역의 칵테일이 다른만큼, 안주로 나오는 가츠 샌드의 스타일도 확연히 달랐다.

임바이브의 오사카식 가츠샌드 / 2019년 3월

오사카에서는 가츠 샌드를 먹어보지 못했지만, 임바이브에 가츠 샌드가 있어서 안주로 먹어보았다. 도쿄식 가츠 샌드와는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었는데 하나는 식빵의 조리여부, 다른 하나는 소스였다.


섣불리 일반화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바 마스터분이 일했던 곳에서는, 생 식빵을 사용한 도쿄와는 달리 식빵을 구웠다고 한다. 또 소스를 최소화하고 고기의 맛을 강조한 도쿄에 비해 소스나 양념이 강한 편이다.

식빵은 구웠고, 소스가 많은 오사카식 가츠샌드

나는 오사카식 가츠 샌드가 마음에 들었다. 원래 평소에도 여타 음식을 먹을 때 소스를 많이 묻혀 먹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아주 좋은 품질의 식빵, 최상의 고기를 쓸게 아니라면 소스의 풍미로 전체 맛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도쿄식 가츠 샌드를, 양념이나 소스가 가미된 것을 좋아한다면 오사카식 가츠 샌드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둘 다 시도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번외로, 오사카에 갔을 때 특별한 가츠 샌드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가츠 샌드가 돼지고기 등심으로 만든 것과 달리, 이곳​의 가츠 샌드는 소고기 안심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심지어 일반 소도 아닌, 검은 소였다. 마치 흑돼지의 소 버전이랄까. 비싸겠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가격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8,000엔이었다.


안주로 주문하려다가 8,000엔이라는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놀란 내 얼굴을 보더니 바텐더님은 웃으면서 웰컴 푸드인 트러플 햄치즈 샌드위치를 한 접시 더 주시고, 8,000엔 샌드위치의 주문은 받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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