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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Sep 22. 2020

누가 그 멸치를 먹었을까

궁예 vs 호랑이

6월 22일 월요일

여름이 되면서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낮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퇴근할 때는 저녁 먹을 무렵이라 그런지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궁예가 계곡 바위 위에 옆으로 누워 졸고 있었다.

화단 뒤는 급식소인데 사람과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길이 있다. 혹시 고양이가 있는지 궁금해져 어머니와 함께 급식소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와 덕이가 있었다. 고양이들에게 주려고 봉지에 멸치를 담아왔는데 우리를 경계하는지, 멸치를 주면 도망을 갔다. 그래서 밥그릇에 멸치를 넣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옆에 있어서인지 먹지 않았다.

포기하고 좁은 길을 내려갈 때, 급식소로 올라오는 궁예와 마주쳤다. 궁예는 우리를 보고 조금 움찔했지만, 개의치 않고 밥그릇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다시 화단 아래로 내려가 급식소를 마주한 채, 서로 대치상태에 놓인 궁예와 호랑이를 지켜봤다.

호랑이는 덕이 앞에 서서 궁예를 경계했다. 궁예는 아무렇지 않게 밥그릇으로 가서 내가 아까 넣어둔 멸치를 넣으려 했다. 그때 호랑이가 가르릉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궁예를 위협했다. 결국 궁예는 멸치를 먹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호랑이와 궁예의 신경전은 호랑이의 승리로 끝났다. 멸치를 안 먹는 줄 알았더니, 언젠가는 먹을 모양이었다.

한 시간 후, 아버지가 급식소 쪽에 가신 후 찰리를 발견하셨다. 폭풍이 지난 자리에는 찰리 홀로 있었다.

아버지가 아까 호랑이와 덕이 밥그릇에 주었던 멸치를 확인하셨는데, 누군가 먹었는지 사라졌다고 하셨다. 정말 기뻤다. 드디어 누군가가 내가 준 멸치를 먹은 것이다.

“네가 먹었니?”


어느새 밥그릇 옆에 나타난 호랑이에게 물어보자, 부끄러웠는지 달아나버렸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호랑이가 옆에 있는 덕이에게 멸치를 준 것 같다고 하셨다.

찰리도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버리고, 호랑이도 어딘가에 숨었을 때, 궁예가 하얀 털을 빛내며 등장했다. 급식소 앞으로 가로등이 비쳐서 마치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궁예야, 그 멸치는 누가 먹었니? 너는 알지?”

수박씨 같은 눈을 꿈뻑일 뿐, 그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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