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택동 파스쿠찌
처음 ‘파스쿠찌’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독수리약국 근처에는 할리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가 있었는데, D와 나는 그중 파스쿠찌를 가장 좋아했다.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안락한 소파, 그리고 쫀득하고 맛있는 젤라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사약에 준할 만큼 쓰다며 잘 못 마시던 시절이었으나, 달달한 젤라토를 먹으며, 시험공부를 하곤 했다.
그 이후, 젤라토를 파는 파스쿠찌 지점은 보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파스쿠찌에 갈 일이 없기도 했다. 집 주변엔 롤링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가 있었고, 사무실 주변엔 아티제, 스타벅스, 커피빈, 던킨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던 중, 십수 년 만에 다시 파스쿠찌의 단골이 되었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목에 테이크 아웃을 주로 하는 작은 파스쿠찌 점포가 있었다. 내가 단골 카페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인 ‘의자와 테이블의 편안함’이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었고, 출근시간에는 아메리카노가 2,500원이었다. 게다가 벽 보는 좌석이 두 군데나 있어서 혼자 조용히 글쓰기에 제격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파스쿠찌는 매우 반가웠고 만족스러운 장소였으나, 최근 사무실을 이전한 후로는 방문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신축 건물에 2층짜리 파스쿠찌가 있길래 점심을 먹으며 커피 한잔 하러 갔다. 매장이 커서 그런지, 기껏해야 파니니 한두 종류가 있던 신분당 강남역점에 비해 너 다섯 종류의 파니니가 있었고, 이탈리안 포카챠라는 메뉴도 있었다. 일반적인 포카챠와 달리 큼지막한 직사각형 피자처럼 생겼다.
스파이시 로제 치킨 포카챠와 커피를 9,000원에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였는데, 피자가 손바닥 두 개 이상 크기라 가성비가 좋았다. 딱딱해지기 일쑤인 뒤쪽의 크러스트도 고소하니 맛있었다. 게다가 글 쓰거나 책을 읽기에 허리가 아프지 않은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도 있었다.
호수공원 근처에 살 때는, 주말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게 루틴 한 일상이었는데, 교문1동으로 이사한 후에는 주변에 의자가 편한 카페가 드물어 글쓰기의 맥이 끊긴 상태였다. 그런 참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커피와 음식이 맛있는 카페를 발견해서 기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