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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ul 19. 2020

블루보틀은 뉴 올리언스

성수동 블루보틀

성수동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뚝섬역에 내렸다. D는 성수동 ‘윤경’에 있었다. 마침 그 근처에 블루보틀 성수점이 있길래 뜨는 시간을 보내러 들어가 봤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 잔을 살 수 있다고 기사에 나왔었는데 이젠 꽤 여유가 있다. 그래도 편안한 테이블 자리는 만석이고, 스탠드나 벤치 같은 좌석에만 앉을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벽돌을 막 쌓아놓은 듯한 곳에도 기대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었다. 와이파이도 없고, 좌석도 불편한 이곳은 “불편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뉴욕​이나 도쿄​의 블루보틀에서는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유독 이 매장에서는 ‘인테리어의 도도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앤트러사이트​가 떠오르는 디저트 디스플레이. 작은 다크 초콜릿이 8,600원이라니 너무 비싸다. 초콜릿에 금이라도 두른 걸까.

술이 들어간 커피 칵테일 메뉴도 있었다. 분명 엄청 비싸겠지.

보드카와 깔루아가 들어가나 보다. 뭔가 어마어마하게 달 것 같은 불길한 느낌. 그래도 궁금하니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다.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놀라 플로트’도 7,200원이나 하는데 술이 들어갔으니 8-9,000원은 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콜드 브루를 선택했다. 우유가 들어간 ‘뉴 올리언스’는 보증된 맛이지만, 다른 곳에서도 마셔봤으므로 안 먹어본 걸 먹기로 했다. 바로 ‘콜드 브루’였다.

“어떤 중국집의 볶음밥이 맛있으면 모든 요리가 다 맛있다”라는 말이 있다. ‘미스터 초밥왕’에서도 중식당의 볶음밥 격인 ‘계란초밥’이 등장한다. 계란초밥이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계란초밥이 맛있으면 다른 모든 초밥이 맛있을 거라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은 후 ‘계란초밥’을 종목마다 꼭 시켜봐야 하는 메뉴와 동의어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맥주집에선 감자튀김, 칵테일바에선 진 피즈, 카페에선 콜드 브루가 되었다.

그래서 메뉴에 콜드 브루가 있는 카페에서는 첫 메뉴로 콜드 브루를 시키게 되는 것 같다.

블루보틀 성수 카페의 콜드 브루 / 2020년 6월

5,800원짜리 콜드 브루를 마셔본 소감은 “스타벅스 콜드 브루가 훨씬 맛있다”였다. 블루보틀에서는 아이스 블렌드 커피나 우유가 들어간 뉴 올리언스를 마시는 게 나을 것 같다.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에서 사간 콜드 브루 / 2019년 6월

돌이켜 생각해보니 1년 전 미나미 아오야마의 블루보틀 카페에서 기념으로 사간 콜드 브루 볼드 캔커피​도 나무뿌리를 씹어먹는 듯한 묵직한 쓴맛으로 겨우 다 마셨던 게 떠올랐다. 그땐 ‘볼드’가 아니라 가벼운 ‘라이트’ 맛을 샀어야 한다고 후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라이트를 마셨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블루 보틀에서는 ‘뉴 올리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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