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왕
6월 25일 목요일
비
고양이들의 아침식사 시간이었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덕랑이(덕이와 호랑이)는 일심동체였다. 덕이는 밥그릇에서 아침을 먹는 중이었고, 호랑이는 조금 떨어져서 주변을 경계했다. 호랑이가 지키는 덕분에, 덕이는 험한 야생의 세계에서도 덕이는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우리는 호랑이와 덕이를 모녀 지간으로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후에 서소문에서 외근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네시쯤 밖에 나가셨다가 계곡에서 호랑이를 발견하셨다.
호랑이는 마치 동물의 왕처럼 계곡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조금 후 호랑이가 계곡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곡을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산속의 호랑이 같았다. 백두대간에 살았던 ‘진짜 호랑이’ 말이다.
호랑이의 위용은 이곳 산마을의 왕으로 불릴만했다. 이 근방 고양이들의 왕을 넘어, 아파트의 근위대장 자리마저 넘볼듯한 위엄이었다.
호랑이는 숲을 지나 폭포가 흐르던 계곡에서 포효하고 가볍게 내려와, 급식소가 있는 부뚜막으로 가볍게 복귀했다. 덕이한테 가는 듯했다.
누가 호랑이의 계곡 사진을 보고 물었다.
“맹수?”
내가 호랑이를 닮은 고양이라고 말하자, 그분은
“동물이고 사람이고 무서울 땐 무서워야 합니다. 그래야 소중한 걸 지킬 수 있죠.”라고 했다.
오늘 본 호랑이의 모습은 야생 그 자체였다. 그분 말씀대로, 호랑이가 이렇게 용맹스러우니 덕이도 보호할 수 있는 거겠지.
어쩌면 호랑이에게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