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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Oct 13. 2020

부뚜막 위 덕랑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6월 24일 수요일


스트레스와 전날 저녁​에 먹은 매운 음식 때문에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강의가 있어서, 간식으로 먹을 마들렌을 사러 집 근처의 디저트 가게에 들르는 동안, 아버지가 화단 위의 고양이를 발견하셨다.

누군가 했더니 똘똘한 호랑이였다.

“호랑이다!”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외쳤다.

호랑이 옆에는 언제나처럼 덕이가 있었다. 호랑이가 덕이 옆을 지켰다. 아버지가 호랑이는 덕이를 떼어놓고 다닌 적이 없다고 하셨다.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덕이가 호랑이의 자식인 걸까? 아픈 자식을 간호하는 어미 같이 보였다. 아버지도 모정이 아주 애절하다고 하셨다.

혹시 덕이가 호랑이의 노모(老母)는 아닐까? 그러나 부모님은 내리사랑이라며, 그 의견에 반색을 표하셨다. 나도 동물이 효도한다는 일화는 들은 적이 없긴 했다.

반대편 계곡 쪽을 봤더니 저 멀리 궁예가 보였다. 가족 없이 혼자 다니는 궁예를 생각하면, 항상 붙어 다니는 덕랑이(덕이와 호랑이)가 특이한 사례로 보였다.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동물에게 이런 아가페적 사랑은 모녀나 모자 관계에서만 가능하게 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호랑이는 암고양이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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