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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Oct 27. 2017

미국의 햄버거가 가장 맛있을까?

뉴욕 시어터디스트릭트

버거 조인트 Burger Joint



미국의 대표 음식으로는 치즈가 듬뿍 올려진 미국식 피자, 브런치로 대변되는 미국식 아침식사, 두꺼운 스테이크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유명한 음식은 햄버거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첫 점심으로 햄버거를 선택했다. 미국에까지 와서 맥도날드 등 한국에도 있는 프랜차이즈를 먹을 순 없으니 미국에만 있는 햄버거 가게를 선택했다.


버거 조인트 소개, 뉴욕 홀리데이


가이드북 <뉴욕 홀리데이>에 의하면 , 미드타운에 있는 버거 조인트는 “셰이크 쉑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버거라면 버거 조인트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버거” 라고 한다.  진정한 미국식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르 파커 메르디앙 호텔을 찾아갔다.



Burger Joint, New York


서구권 여행 길찾기 앱의 알파와 오메가인 시티맵퍼를 켰음에도 버거 조인트를 발견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쇼핑몰 안에 있나 생각했는데, 가이드북에서 나온대로 정말 호텔 안에 있었다. 정말 ‘이런 곳에 햄버거 가게가 있을리 없다’ 싶은 곳에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차라리 르 파커 메르디앙 호텔을 찾는게 낫다. 호텔 안으로 쭉 들어가서 리셉션을 지나면 뒷쪽으로 햄버거 모양의 작은 네온사인 간판이 보인다. 그 어둡고 좁은 통로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일부러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갔음에도 줄이 길었다.


손님은 많고 주문 받는 사람은 한 명이다. 게다가 햄버거에 넣는 재료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에 주문 절차 간소화를 위해 가게 입구에 다양한 언어로 주문서가 구비돼 있다. 다행히 한국어도 있었다. 치즈버거에 토마토, 양파, 베이컨 등등을 선택했다. 베이컨 외에 토마토나 양파 같은 야채들에는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Burger Joint, New York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식당은 매우 좁다. 나는 혼자라 자리를 미리 맡을 수도 없는데, 라며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으나 그러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었다(자세한 내용은 뒤에 마저 풀겠다).

여럿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보통 한 사람이 주문하는 줄에 서 있고, 다른 사람들은 주문서를 넘긴 뒤 자리를 맡는다. 테이블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합석이 기본이다. ‘합석이 기본’, ‘사람들로 붐빈다’ 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분위기가 깔끔한 편은 아니다. 테이블엔 소스와 양상추, 양파 조각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Cheese Burger, Burger Joint


장장 한 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치즈버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괜히 토마토, 양파, 베이컨 등 이것저것 끼워 넣었더니 먹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이것이 미국식 햄버거의 진수인가보다, 두꺼워 먹기 불편한 햄버거. 포장지라도 얇고 가벼웠으면 좀 나았을텐데, 햄버거를 감싼 저 흰 종이는 A4 용지 혹은 도화지 수준의 두께였다. 종이가 잘 접히지도 않아 안절부절하는 사이에 내용물과 소스는 아래로 흘러 내려가고, 결국 최후의 내 손엔 햄버거빵만 들려 있었다.

분명 갓 나온 햄버거를 받아 왔는데, 먹다보니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고기도 미디움 레어로 익혀달라고 했었는데, 체감 굽기는 웰던이다. 버거킹 와퍼가 더 맛있었다. 물론 가격은 버거 조인트가 더 비싸다. 공시된 가격에 세금도 붙었고, 팁도 냈으니.






뉴욕에 셰이크쉑, 일명 쉑쉑의 본거지가 있으나 한국에도 있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결국 못 먹고 귀국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오자 부서 선배가 물었다.
“쉑쉑 먹었니?”
“아니요, 전 버거 조인트에서만 햄버거를 먹어봤는데 우리나라 햄버거가 더 낫던데요.”
그러자 선배가, “쉑쉑 안먹길 잘했어. 난 먹었는데 진짜 별로였어. 왜 이 돈을 주고 먹는지 이해가 안갔다.” 라고 대답했다.

Shake Shack Gangnam, October 2017


나는 그래서 쉑쉑도 맛없는 줄 알았다. 서부에 있다던 인앤아웃 버거가 마지막 보루인가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 후 쉑쉑에서 저녁을 먹게 됐다.



Shack Stack Burger


쉑스택과 스모크쉑 버거를 반반씩 나눠 먹었는데, 과장 하지 않고 내가 평생 먹은 햄버거 중 가장 훌륭했다. 분명 선배님은 쉑쉑 버거가 별로라고 하셨는데 말이다.



Shack Stack Burger


그러나 나는 선배님을 의심치 않는다. 분명 그것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선배님은 평범한 입맛을 가진 평균적인 한국인이다. 아마 한국인의 입에는 한국에서 만든 햄버거가 가장 맛있지 않을까. 뉴욕에서 쉑쉑을 먹었더라면, 내가 쉑쉑 강남점에서 느꼈던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햄버거가 가장 맛있을까? 미국에 왔으니 꼭 햄버거를 먹어봐야 할까? 버거 조인트를 생각하면 글쎄올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햄버거도 꽤 맛있다. 혹은 미국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른다!





버거 조인트 Burger Joint

119 W 56th St, New York,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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